'앗' 소리만 나도 "흉기난동" 혼비백산…전국민 흉악범죄 집단패닉 빠졌다
흉기난동 오인으로 동작역 대피소동 벌어져
"불안 아주 높고, 반응 역치 낮아져 있어"
지난 24일 오후 7시50분께 서울 지하철 9호선 동작역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70대 남성 승객 A씨가 쓰러지자 옆에 있던 가족이 소리를 질렀다. A씨에 대한 심폐소생술을 위해 열차는 5분간 지연됐다. 다른 승객들은 혼비백산해 대피했다. 경찰에는 '흉기 난동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동작역에 무슨 일이 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깜짝 놀란 가족 비명을 다른 승객들이 흉기난동이 일어났다고 착각한 것이다.
올여름 '신림역 흉기난동', '서현역 흉기난동' '관악산 둘레길 강간살인' 등 잇단 흉악범죄 발생에 전국이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졌다. 일상에서의 불안이 확산하며 흉기 소지 등 각종 오인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예민해진 국민들의 심리를 안정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범죄 불안감 고조…연이은 오인 신고= 지난 한 달여간 시민들은 연속적인 흉악범죄 소식에 시달렸다. 신림역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3), 분당 서현역에서 차를 몰고 인도를 돌진한 후 흉기 난동을 부려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22), 관악산 둘레길 인근에서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최윤종(30) 사건은 물론 온라인에 460여건의 '살인예고글'이 올라오며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이러한 불안감은 오인신고와 대피소동으로 이어졌다. 앞서 동작역 사건을 비롯해 지난 6일 김포공항행 9호선 급행열차에서는 '가스 냄새가 난다', '누군가 흉기 난동을 벌이고 있다'는 등의 신고가 접수돼 승객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방과 경찰의 현장 확인 결과, 오인 신고로 결론이 났다. 지난 26일에는 용산역에서 노량진역으로 달리던 수도권 전철 1호선 열차가 '흉기를 소지한 승객이 있다'는 신고로 인해 한강철교 위에 정차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확인 결과, 열차 내 한 승객이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 집어던지자 흉기로 오인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강력범죄가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이 국민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른바 '집단 패닉' 현상으로, 직접 사건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미디어 등을 통해 자주 노출되면서 언제 어디서 범죄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내재된 것이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이태원 참사 등이 발생했을 때도 집단 패닉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집단이 동조해서 불안을 유지하는 경우 집단패닉으로 볼 수 있는데, 묻지마 사건이 일어나면서 개인과 개인 사이는 물론 집단끼리도 불안감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의 불안이 아주 높고 불안에 반응하는 역치(반응을 일으키는 최소한의 자극)도 매우 낮아져 있다"고 분석했다.
24일 오후 서울 지하철 9호선 동작역에서 흉기난동 사건으로 오인해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구 트위터)에는 동작역에 무슨 일이 있냐는 게시글이 올라왔다/사진=트위터 캡쳐
원본보기 아이콘◆"국민 안심 메시지 전파, 불안 낮출 상담 필요"= 경찰과 지자체는 시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경찰은 도심 곳곳에 장갑차와 경찰 특공대를 배치하고 불심검문 확대에 나섰다. 여당은 인터넷에 살인예고글을 올리는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람의 신체를 다치게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불법 정보의 범주에 추가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법무부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 범죄를 예고하는 것에 대해 공중협박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 같은 조치가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져야 국민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치안 대책을 계속 알려주면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며 "살인예고글 처벌 강화 등 제도 개선책을 지속적이면서 빠르게 발굴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 불안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 환경이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 '심리적 안정감'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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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패닉에 빠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신건강 안정을 위한 상담이나 진료를 받고 싶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각 보건소의 정신건강센터를 확대 운영하고 사회복지관 등에도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정신건강 관련 학회나 공공 기관 등에서 정신건강관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관성 없이 산재한 상태이며 일반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건강 관리와 관련된 공공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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