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서 임시총회
55년 만에 한경협으로 공식 기관명 변경
'마당발' 류진 풍산그룹 회장, 한경협 수장으로
4대 그룹 일부 계열사 회원사로 합류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는 것이 조심스러웠으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활로를 찾아나가는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회장직을 맡기로 결심했다"


초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직을 맡은 류진 풍산 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재계 맏형'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변화의 첫걸음을 무겁게 뗀 셈이다. 류 회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한경협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세우는 과제를 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기관명을 한경협으로 공식 변경하고, 류진 회장을 새 회장으로 추대하는 안건을 가결시켰다.

류진 풍산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류진 풍산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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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회장은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해왔으며, 현재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다. 류 회장은 국내외 '마당발'로 통한다. 특히, 미국통으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일가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역대 여러 정권을 거치는 동안 한국과 미국의 가교 역할에 앞장서 왔다. 국내 4대 그룹 총수들과도 친분이 깊어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탈바꿈하려는 한경협을 이끌 적임자라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하지만 류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무엇보다 '정경유착 단체'라는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전경련은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모금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비자금 제공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자금 차떼기 사건 등에 휘말려 고초를 겪었다. 2016년엔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위한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 정경유착의 몸통으로 낙인찍혔고 국민적인 지탄을 받으며 재계 맏형의 자리를 대한상공회의소에 내줬다.

따라서 한경협으로의 새출발과 함께 '국민에게 다시 사랑받는 단체'로의 재도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경유착의 꼬리표를 떼어냄과 동시에 진정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맏형' 위상 찾는다…전경련, '류진號' 한경협으로 새출발 원본보기 아이콘

이에 류 회장은 세 가지 주요 메시지를 전달했다. 메시지에는 ▲협회가 경제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국민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등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 ▲윤리위원회를 실천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윤리기준을 세우고 신뢰받는 경제단체가 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을 근절한다는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도 발표했다. 윤리헌장에는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진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기업 상생 선도 ▲혁신 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을 담았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안건도 이날 총회에서 처리됐다. 이에 따라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사로는 남아 있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일부 계열사가 이날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을 얻었다. 이른바 4대 그룹의 귀환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사로는 남아 있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일부 계열사는 이날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이 승계됐다. [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사로는 남아 있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일부 계열사는 이날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이 승계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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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삼성그룹에서는 한경연 회원사였던 5개 계열사(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중 삼성증권이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의 혁신 의지를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우려와 이사회의 반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철저한 준법 감시다.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과 관련돼 어떠한 명목이든지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권고한다"고 했다.


회비 납부와 회장단 참여 등 활동을 수반하는 실질적 의미의 가입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입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경협의 수익은 크게 증가한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전경련 당시의 회비수익은 408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에서 부담했다. 삼성이 100억원, 나머지 SK·LG·현대차는 50억원 수준의 회비를 냈었다. 하지만 이후 4대 그룹의 탈퇴 러시가 이어지면서 2017년 전경련의 회비수익은 113억원으로 급감했다. 수익이 증가하면서 한국 대표 경제단체란 명성에 걸맞는 조직 강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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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월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으로 취임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애초 공언한 6개월 임기를 마치고 상임고문으로 한경협 활동에 조언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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