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티슈와 휴지통…구청에 ‘혼자만의 방’ 왜 필요한가 했더니
서초구 민원실 7월 문 연 '아담소'
폭언·폭력 악성민원인 늘어 보호 차원
철밥통은 옛말 위험 노출된 민원 공무원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악성민원인들의 폭언 등 위법행위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서초구가 OK민원센터 내에 만든 '혼자만의 방' 내부 모습.(사진=김민진 기자 enter@)
“눈물도 흘리고, 화도 삭이고, 감정을 가라앉혀요. 그래야 마음이 진정되고, 다른 민원인들을 밝은 얼굴로 대할 수 있잖아요.”
서울 서초구청 OK민원센터에서 민원여권과로 통하는 통로 한쪽에는 ‘특별한 방’이 있다. 바로 ‘혼자만의 방, 아담소(我談所)’다. 6.6㎡(2평) 남짓한 방에는 차분한 느낌의 직물 카펫이 깔려있고, 1인용 쇼파와 발 받침용 스툴, 작은 화분, 액자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차 한잔하면서 여유를 찾으라는 건지 전기 커피포트와 여러 종류의 차도 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띈 건 갑 티슈와 휴지통이다. 눈물, 콧물 흘릴 일이 왜 많을까. 사람 상대하는 일이 다 그런 건가. '철밥통’이라 부러움을 사던 공무원 생활도 막상 겪어보면 만만찮은 건가.
서초구는 지난달 OK민원센터를 리모델링해 재개관하면서 이 방을 만들었다. 민원 담당 공무원의 마음 건강을 챙기자는 의미에서다. 직원들은 감정 통제가 어려울 때 이곳에서 차를 마시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민원 업무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무실에는 혼자 조용히 울 곳도 없지 않은가.
다른 여러 자치구에서도 민원업무담당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 비상벨, 가림막 등을 설치하고, 직원 휴게공간도 따로 마련하고 있다.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조치 음성안내나 녹음전화 운영, 민원접점부서 직원 교육, 민원담당업무 공무원 힐링 연수 등 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영 및 치료비 지원 등은 이미 웬만한 곳에서는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대책도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성북구의 한 공무원은 “재개발 등 재산권 관련 문제와 아파트 입주자들 사이의 갈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복지급여 수급자 관련 악성민원 등 반복적이고 고질적인 민원들이 가장 많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민원인들을 직접 상대하는 종합민원센터나 동주민센터 외에도 주거정비과 등 주택·주거 관련 부서, 복지관련 부서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폭언·폭력·기물파손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3년 사이 50.5%나 늘었고, 점차 증가 추세다. 지난해 6월 양천구 신월동 주민센터에서는 만취 상태의 민원인이 쇠망치를 들고 와 공무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고, 2021년 초에는 강동구청에서 주·정차 단속업무를 하던 30대 공무원이 한강에 뛰어든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경기도 화성시 동화성세무서의 민원팀장이 민원인을 상대하다 쓰러져 열흘째 의식 불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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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청은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경찰과 합동으로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고는 있다. 용산구는 지난 6월과 7월 공무원 신분증 뒷면에 부착할 수 있는 녹음기를 46대 구매해 민원센터와 동주민센터 공무원들에게 시범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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