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2>-'나'의 참모습
모든 존재의 참모습인 부처님을 모자람 없이 설하는 것이 바로 <화엄경>이라고 한다면, '나'의 참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나'입니다. 지금, 여기 제 눈앞에 있는 사과와 만년필의 참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바로 이 사과와 이 만년필인 것처럼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의 참모습을 가장 여실히, 원만하게 드러내는 것은 바로 '나'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나'는 바로 <화엄경>입니다. 같은 이치로 사과도, 만년필도,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이 책도, 여러분도, 우주의 모든 현상이 각각의 존재 그 자체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모두 <화엄경>입니다.
'나'가 <화엄경>이라고 했지만 모든 것이 조건 지어져 형성된다는 연기법을 설하는 불교에서 항상, 조건과 관계없이 '나'가 곧 <화엄경>이라면 그것은 불교도, <화엄경>도 아니겠죠. '나'가 <화엄경>이려면 '나'의 참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바로 '나'라는 깨달음이 있어야 하고, 그 참모습은 다름 아닌 부처님입니다. 그러므로 '나'가 조금도 모자람 없는 부처님임을 온전히 깨닫는다면 그'나'는 바로 <화엄경>이며, 이를 초기 화염교학에서는 법신으로서의 비로자나 부처님이라고도 합니다. 같은 이치로 제가 여러분을 보거나 듣거나 하여 여러분의 참모습이 부처님임을 여실히 깨닫는다면 여러분은 곧 <화엄경>이고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이며 사과도, 만년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두두물물(頭頭物物, 모든 현상을 가리킵니다)이 비로자나 진법신 아님이 없다'고 한 것입니다. 이것이 초기 화엄교학에서 생각하는 <화엄경>의 본래 면목입니다.
-박보람, <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 불광출판사,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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