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선처’ 놓고 기로에 선 조국… 오늘 법정서 입장 밝힐 듯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딸 조민씨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를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가 가진 선택지는 1심 유죄 판결 이후에도 고수해온 입시 비리 관련 무죄 주장을 이어가며 항소심에서 적극 다투는 것과, 일부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딸 조민씨와 아들 조원씨가 최대한 선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등 두 가지다.
이미 공범관계에 있는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대법원에서 조민씨 입시 비리 관련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만큼, 조 전 장관의 혐의 인정 여부와 관계 없이 검찰이 조민씨를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검찰이 조민씨는 물론 항소심 법정에서의 조 전 장관의 태도를 보고 조민씨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입시 비리 관련 혐의를 일부라도 시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검찰이 조민씨에 대해 기소유예(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기소하지 않는 것) 처분을 내리거나 최소한 약식 기소해 가족 모두가 재판을 받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내년 4월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그의 등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비록 부인 정 전 교수의 유죄가 확정됐고, 본인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 재판 중인 상황이지만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적어도 정치적 자존심을 회복할 수는 있을 전망이다.
자신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조 전 장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반명(반이재명) 그룹을 형성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 제목과 부제목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언론 기사의 형식을 빌려, 근거 없는 상상과 추측으로 소설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만신창이 가족을 챙기며, 과거와 현재를 성찰 또 성찰 중입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분석한 기사 내용을 '근거 없는 상상과 추측으로 쓴 소설'로 치부하면서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내년 총선 출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선택지 중에서는 그가 항소심에서도 1심 유죄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강하게 결백을 주장하는 것이 선거에 보다 유리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검찰이 예고한 대로 조 전 장관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인해 자녀까지 재판에 넘겨질 경우, 야당 지지자들에게 일가족이 윤석열 정부 검찰의 탄압을 받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표를 집결시키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미 정 전 교수의 조민씨 관련 7가지 스펙 조작 사실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만큼, 번복할 수 없는 사실관계는 시인하고, 자녀까지 기소되는 상황을 피하는 것도 조 전 장관 입장에선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다. 다만 그가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상실돼 당선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자신의 혐의를 시인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조 전 장관이나 조민씨나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정 전 교수가 모든 상황을 주도했고, 자신들은 서류 위조 등 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 전 교수의 경우 검찰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이유로 재심을 거치지 않는 한 확정된 사실관계를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조민씨를 입시 비리 공범으로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조민씨와 조 전 장관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 중 하나’라고 밝혔던 검찰은 바로 다음날 조민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조사에 앞서 조민씨는 최근 자신의 합격을 취소한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상대로 냈던 소송을 취하했다. 검찰은 이 같은 조민씨의 결정이 자신의 혐의에 대한 시인을 전제로, 각 학교의 합격취소 처분을 수용한 것인지 그 배경을 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민씨는 부산고법에 부산대 의전원 입학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취하서를 제출하기 사흘 전인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며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를 취하하는 배경으로 '사회적 책임감'을 언급했지만, 혐의 시인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셈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조민씨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아버지인 조 전 장관이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민씨가 각 학교에 제출된 스펙 관련 서류가 위조됐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시인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이 공범으로 파악하고 있는 자신의 진술은 조 전 장관의 재판에서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고, 직접 증인으로 채택돼 법정에서 관련 질문을 받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민씨는 지난 2월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표창장으로는 의사가 될 수 없다”고 밝혔고, 자신의 재판에 출석해 동양대 표창장과 관련 “의대 입시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가 될 줄 알았다면 의전원 지원 때 제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는 17일 오후 2시부터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 등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피고인 출석 의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직접 법정에 나와야 한다. 통상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는 검사와 피고인 측 변호인이 항소 이유와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만큼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에 대한 입장이 이날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자녀의 입시 비리 문제로 부모와 자녀가 공범으로 수사를 받았던 대표적 사례로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사건과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들 수 있다.
최씨는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정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반면, 숙명여고 사례에서는 쌍둥이 두 딸과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가 모두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조민씨와 조원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치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는 4년 만에 모두 마무리된다.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지원 관련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의 공소시효(7년)는 다음 달 26일 만료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양형판단 사유는 ‘범죄사실 인정’ 여부”라며 “검찰은 정경심, 조민, 조국이 모두 부산대 의전원 입시비리 사건의 공범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세 사람 모두 실제 봉사 또는 활동을 했기 때문에 위조가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반성은 그 행위의 인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조민이 한 (입학취소 무효소송) 소 취하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기 위해 검찰은 조민을 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조민이 위조를 시인(자백)했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기소(기소유예) 처분을 해주기 의해선 공범자의 진술도 동일해야 한다”라며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조국은 위조가 아니라고 법정에서 주장해 다투는 경우, 검찰로선 조민에 대한 불기소장에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불기소 처분한다’고 적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이어 “같은 사실에 다른 결론이 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검찰은 조국 재판을 참고하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