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무역부진이 美 인플레 완화"
글로벌 무역 침체에 따른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부진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완화에 일부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아시아발(發) 무역냉각 효과를 본 상품 물가와 달리 서비스 인플레이션, 임금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금리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데이터제공업체 CEIC의 공식 수치를 인용해 작년 9월을 기준으로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직전 12개월간 수출이 6조1000억달러를 기록해 정점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은 2020년3월까지 12개월 간 수출보다 40% 늘어난 규모다.
아시아 수출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각국 정부의 '돈풀기' 속에 소비자들이 운동장비, 새 전자제품, 가정용품 등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호조를 누렸다. 하지만 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하고, 서방 소비자들이 상품 대신 서비스로 지출 대상을 옮기면서 동력을 잃었다고 WSJ는 진단했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무역 반등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찬물을 맞았다.
지난 5월을 기준으로 한 한국의 12개월간 수출은 작년 9월 당시와 비교하면 11% 감소했다. 대만은 14% 줄어들었다. 싱가포르는 6%, 일본은 4%, 중국은 3% 축소됐다. 이러한 수출 부진은 아시아국가들의 생산물가 추세로도 확인된다. 중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4.6% 하락했다. 8개월 연속 하락세다. WSJ는 다른 아시아 수출국가에서도 이같은 추이가 확인되고 있으며 이는 상품 수요가 무너지면서 기업의 가격결정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발(發) 무역냉각 효과는 이제 미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으로부터의 미국 5월 수입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6.3% 하락했다. 중국산 수입 물가도 2% 떨어졌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산 수입 물가도 3.7% 내려갔다. 특히 아시아에서 주로 수입하는 가구, 가전, TV, 스포츠장비,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5월 상품가격은 1년 전보다 하락했다.
다만 이러한 아시아발 상품물가 하락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잡지는 못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4% 상승했다. Fed의 물가안정 목표치(2%)까지는 갈 길이 멀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5.3%를 나타냈다.
WSJ는 "팬데믹 기간 상품물가 급등이 첫번째 폭발적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은 에너지가격이 두번째 폭발적인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했다면, 현재 인플레이션 고착화는 임금과 서비스"라고 분석했다. 아시아발 무역 냉각으로 상품 가격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것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중앙은행들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홍콩 HSBC의 수석 아시아경제학자인 프레드릭 노이만은 "아시아가 서방의 인플레이션 문제에 '마법의 총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이 매체는 세계화 시대에서 각국이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 각국 제조기업들은 미국과 서방 대 중국의 갈등 심화에 따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고, 주요국 행정부는 투자, 일자리를 자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반도체 등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보조금을 풀고 있다. 그만큼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제조업체 비용이 증가하고 향후에도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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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세계화의 기치 아래 상품, 서비스, 노동, 자본시장의 광범위한 통합은 소비자에게는 더 저렴한 상품, 중앙은행에게는 인플레이션 완화를 의미한다"면서 "이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세계화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매체는 이러한 추세가 세계화 시대의 끝이나 아시아가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란 뜻은 아니다면서 "아시아가 가격상승 억제에 있어 이전만큼 강력한 힘이 될 것같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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