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값·인건비 상승 요인보다
1만5000원 이하 무료배송 없어져

[시사컬처]책값, 왜 오르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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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담당 편집자께 연락이 왔다. 1만5000원이던 책값을 1만6500원으로 인상하겠단다. 작가야 원고만 보내면 그 이후는 책을 만드는 것이야 출판사의 역할이니까 그런가보다, 종이값이 올랐나보다, 할 뿐이다. 요즘 물가가 오르는 걸 보면 오르지 않은 게 없다. 나가서 밥을 한 끼 먹어도 1만원 밑의 무언가를 찾기가 어렵다. 집 근처 콩국수도 만 원, 짬뽕도 만원, 곱빼기를 먹으려면 1000원을 더 내야 한다. 그런 와중에 책값 10%가 오르는 것이야 뭐.


내가 2015년에 낸 첫 책의 값은 1만2000원이었고, 2016년에 낸 책은 1만3000원, 2018년에 낸 책은 1만5000원, 그러다가 2023년에 이르러서는 1만6500원이 됐다. 책의 페이지 수는 대개 비슷하고 컬러가 들어간 부분도 없으니까, 책이라는 것의 물가도 차곡차곡 올라온 셈이다.

나는 1인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고 거기에서 올해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두 권의 가격은 1만5500원과 1만6500원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책을 종종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요즘 새로 나오는 책의 가격이 담합이라도 한 듯 오른 것을 발견했을 듯하다. 나도 어떤 책을 출간하든 이제 1만6700원 밑으로 가격을 책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종이값이나 인건비가 올랐느냐고 하면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거기까진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하는 게 당신이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값이 올라야 싸게 책을 살 수 있다니,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사실이다.

책이라는 물건은 어디에서 사든 대개 무료배송이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들은 한 권만 사더라도 가격에 관계없이 무료로 배송해 주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모든 서점이 1만5000원 이하의 결제금액일 경우 2500원가량의 배송비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무료배송을 받기 위한 최소 구매비용이 생긴 것이다. 그럼 책 가격이 1만5000원이면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온라인 서점은 정가의 10%를 상시 할인한다. 1만6500원에서 10%를 할인하면 1만4850원이 되고, 할인가에 2500원을 더하면 책 한 권을 사며 지불해야 할 돈이 1만7350원이 된다. 차라리 150원을 더 내고 1만5000원에 구매해 무료배송을 받겠다고 하고 싶으나 정해진 가격이 그러하니 사는 수밖에 없다.


나는 다음 출간할 책의 가격을 1만6700원으로 미리 정해두었다. 책값을 1만6700원으로 책정하면 온라인 서점의 판매가는 1만5030원, 그래서 한 권을 기준으로 할 때 1만6700원이 가장 저렴하게 책의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이다. 판매의 90% 가까이가 온라인 서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배달비를 먼저 보게 되고 최소 주문 금액과의 가성비가 맞으면 선택한다. 책도 그럴 것이다. 1만4000원짜리 책을 사는 데 몇백 원 차이로 배송비를 내야 한다면,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음식이야 곁들이 음식이라도 더해서 최소 주문비를 맞추겠지만 서점에선 그럴 수도 없다.


배달비도 배송비도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의 가치와 가격이라는 게 책 쓰고 만드는 데서만 신성한 건 아니니까. 다만 최근의 책값이 오르고 있는 사정이 이러하다는 점을 말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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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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