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산업, 30년 미래를 보다]
③토마스 길롯 GCCA 회장 인터뷰
"제약회사 폐기물·동물사체도 사용"
정보 공유·신뢰 형성으로 갈등 줄여
"폐기물이 사용됐다고 해서 '쓰레기 시멘트'라고 주장한다고요? 그건 바보(idiot) 같은 행동입니다."
세계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 회장직을 맡고 있는 토마스 길롯(Thomas Guillot)은 지난 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일부 환경단체에서 각종 폐기물을 활용해 시멘트를 제조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수년간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답변이다.
길롯 회장은 자신의 명함을 들어 보이며 "재활용 용지로 만든 내 명함이 쓰레기입니까? 재활용 철강으로 만들어진 차가 쓰레기 차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체연료 활용률이 높은) 독일의 국민은 자신들이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진 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까"라며 "폐기물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활용해 시멘트를 만드는 것이 순환경제"라고 강조했다.
철강, 석유화학과 함께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시멘트 산업은 순환경제 시대를 맞아 화석연료와 결별을 고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멘트 산업에서 대체원료 사용은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유럽 출장에서 방문한 독일과 아일랜드 시멘트 공장 관계자들은 제약회사 폐기물부터 동물의 사체까지 다양한 폐기물을 연료로 쓴다고 밝혔다. 유연탄과 비슷한 열량을 내는 대체연료는 무엇이든 최대한 활용한다. 시멘트 소성로(킬른)에서 1400℃ 이상의 초고온으로 10분간 처리하면 쓰레기는 더이상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출장에 동행한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도 "유럽시멘트 업체에서 일했을 땐 인분도 사용했다"며 "완전히 건조해서 킬른 안에 넣으면 훌륭한 연료가 된다"고 거들었다.
글로벌 시멘트 회사의 80%를 대표하는 GCCA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시멘트사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고, 친환경 생산 공정이 결코 그린워싱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탄소중립에 필요한 각종 기술과 혁신의 동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유해성 논란을 줄이려면 명확한 안전 기준을 정하되 지역사회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관건으로 보였다. 독일의 피닉스 공장의 경우 2~3개월에 한 번씩 타운홀 미팅을 열어 주민들과 소통한다. 대체연료가 증가하거나 설비 신축, 변경 시에도 커뮤니티와 정보를 공유한다. 아일랜드 브리든 공장 역시 사업장 배출가스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생산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 관계를 형성해가는 게 갈등을 최소화하는 특효약이었다.
탈탄소 기술 개발도 필수적이다. GCCA 로드맵을 살펴보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비중이 36%로 가장 높다. CCUS는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고 필요한 곳에 사용하거나 지하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없어선 안 될 핵심적인 친환경 기술이다. 영국은 CCUS 기술에 10억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며, 프랑스는 산업 탈탄소화에 12억유로, 녹색수소에 70억유로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은 유럽기후법의 법제화로 순환경제 전환 지원에 필요한 1조유로 규모의 투자를 준비 중이다.
GCCA는 지난해 스타트업 대상을 경진대회를 열고 우수팀을 선정해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길롯 대표는 "대기업이라면 5~10년 걸릴 것을 스타트업은 빠르게 테스트해서 1년여 만에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영국)=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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