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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칼럼]'잊지 않으려는' 마음‥내가 매일 글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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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으면 중요한 내용 잊어
'하만하천' 처럼 글 쓰는 삶의 가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길

[MZ칼럼]'잊지 않으려는' 마음‥내가 매일 글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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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글을 쓴다. 정확히 말하면 365일 중에 350일 정도는 글을 쓴다. 이때의 ‘글’은 직장에서 쓰는 글 이외의 글,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쓰는 신변잡기의 글들을 의미한다. 머릿속에 떠도는 온갖 생각, 하루치의 일기, 삶에 대한 고민, 콘텐츠를 보고 쓴 리뷰 등 끊임없이 글을 쓰는 일에 익숙하다.


글을 쓰는 방식이나 시간도 제각각이다.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블루투스 키보드’ 하나를 들고 휴대폰과 연결하여 쓰기도 한다. 때로는 다이어리에 쓰기도 하고, 노트북으로 쓰기도 한다. 그렇게 쓴 글은 혼자 볼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유한다. 그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사람들과 나누면 거기에서 오는 ‘소통의 즐거움’으로 다시 글 쓰는 의욕을 얻기도 한다.

매일같이 글을 쓰는 근본적 이유에는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 큰 지분을 차지한다. 가령, 나는 읽은 책에 대해 ‘쓰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중요한 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린다. 1~2년쯤 지나고 나면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책에서 무언가 감동을 받거나 깨달은 게 있으면 가능한 한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쓰려고 하는 편이다.


이렇게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두면 유용한 점이 많다. 일단, 내가 어떤 주제의 책을 읽었는데 그 주제에 대해 말하거나 쓸 일이 있으면 내가 썼던 글을 찾아보면 된다. 그러면 그 책에서 내가 어떤 포인트에 감명 받았는지를 매우 효율적으로 기억해낼 수 있다. 내가 쓴 글은 일종의 내 기억의 지도가 되는 셈이다. 나아가 그런 글들을 카테고리별로 잘 모으면 한 권의 꽤나 단정한 기록 모음, 즉 책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리뷰를 쓰는 이유도 비슷하다. 드라마를 몇 주에 걸쳐서 정주행하고 나더라도 며칠만 지나고 나면 그 드라마에서 느꼈던 마음을 반쯤은 잃어버린다. 영화가 감동적이어도 그 여운이 일주일 이상은 농도 짙게 가기 어렵다. 그래서 가장 농도가 짙을 때, 가장 마음이 생생할 때 그것을 기록해두려 애쓴다.

살아가다 보니 내가 무언가를 단순히 경험하는 것보다도, 그 경험을 어떻게 소화하고 남길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똑같이 여행, 강의, 독서, 영화, 연애, 일 같은 걸 경험하더라도 그냥 휘발되어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것들이 무언가 축적되어 더 의미있는 것들로 남는 경우들이 있다. 인생의 관건은 그러한 ‘의미 있는 남김’을 어떻게 쌓아갈 것인가가 아닌가 싶다.


그저 지나간 하루나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도 나는 꼬박꼬박 기록하려고 한다. 그때 그곳에서만,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그 순간에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렇게 써놓은 글들을 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냥 대단치 않은 일도 그때의 그 마음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그것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그런 마음이 들곤 한다. 그렇게 보면 글쓰기란 기억의 지도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때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잠깐 과거로까지 가볼 수 있는, 인류에게 허락된, 일종의 마법적인 일이기도 한 셈이다.


아시아경제에서도 올해 계속 이어가고 있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일 쓰는 삶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느끼길 바라본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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