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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도]동물 수십억 마리가 남긴 유산 '과학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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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생체실험
실제로도 벌어지는 끔찍한 동물 학대
0.01%만이 중요한 이익 제공할법한 결과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에서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와 네뷸라(카렌 길런),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는 인간을 빼닮은 아이들을 구출한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가 진화 연구를 위해 가둬둔 생체실험 희생양들이다. 그중 한 명인 파일라(카이 젠)는 이미 유전자가 변형돼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돼 있다. 두 시간을 뛰어도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1주일에 한 시간만 취침한다. 제임스 건 감독은 쳇바퀴를 활용해 초인적 능력을 보여준다. 파일라가 그 안에서 중력을 거스르며 주야장천 달린다.


[영상2도]동물 수십억 마리가 남긴 유산 '과학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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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운동가 리처드 라이더 박사의 회고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동물실험실에서 과학자로 일하던 그는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 심리학 실험실에서 충격적 광경을 목격했다. 수레바퀴 모양의 우리가 전기 모터에 의해 천천히 회전했는데 그 안에 난도질당한 흰 고양이가 퍼덕거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눈은 앞을 볼 수 없었고, 꼬리는 잘려있었다. 라이더 박사가 "도대체 무슨 일이죠?"라고 묻자 담당 교수는 "이 수레바퀴는 1주일 정도 밤낮으로 계속 회전해요. 수면을 없애는 실험이죠"라고 답했다.

이윽고 학생 두 명이 실험실에 들어와 회전을 정지시켰다. 담요로 고양이를 꽉 쥐고는 머리뼈 아래까지 바늘을 찔러넣었다. 고양이의 신음은 곧 비명으로 바뀌었다. 담당 교수는 무심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저 학생들은 모두 2학년인데요, 수면을 방해하고 눈을 멀게 하면 중추신경계 분비액에서 새로운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는 다소 무모한 생각을 하고 있죠. 매일 몇 시간씩 동물을 가지고 실험한답니다. 뭐, 적어도 이런 시도가 그들에게 동물을 다루는 경험 정도는 제공해주겠지요."


라이더 박사는 1975년 저서 '과학의 희생양들'을 통해 비참한 실태를 고발했다. 냉정하고 위험한 과학자들이 출현한 배경으로는 생물학의 비도덕적 태도를 지적했다. 생체해부 행위에 익숙해진 탓에 동정심이나 감성 같은 인간 고유 감정이 희석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0~20대가 습득하는 동물 취급 방식은 인격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연쇄살인범이 심각한 동물 학대를 경험한 것처럼 인간에 대한 가학적이고 잔혹한 태도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인간은 공격적이고 잔인해질 가능성과 동정심이 강해질 성향을 모두 안고 태어난다. 후자는 도덕성과 문명의 토대지만 부모나 선생님에 의해 쉽게 억압될 수 있다. 그렇게 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해부다. 학교나 실험실을 불문하고 대체로 원시적 의례 성격을 지닌다. 특정 권위나 동료의 압박, 부모의 선례 등에 따라 너무나 쉽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3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동물실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3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동물실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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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상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예컨대 나치 치하 독일인 대부분은 지도자의 사악한 만행을 거부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끔찍한 죄책감에 고통받았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1960년대에 이런 현상을 실험적으로 설명했다. 자원자들은 학생들이 학습과제에서 실수하면 그들에게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전기충격을 가했다. 학생들의 비명이나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소리에 상당수는 머뭇거렸다. 그러나 감독관의 계속하라는 지시에 약 60%가 최고 등급에 이를 때까지 전기충격을 멈추지 않았다. 자원자들은 몰랐지만 충격을 받은 듯 보이던 사람들은 사실 배우들이었다.


반복된 충격이 학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다. 동물실험도 다르지 않다. 100번의 실험 가운데 한 번 정도가 이름 있는 저널을 통해 알려진다. 논문은 평균적으로 세 명 정도가 숙독하며 그중 실용적 응용으로 이어진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라이더 박사는 "동물실험의 0.01% 정도만이 누군가에게 중요한 이익을 제공할법한 결과를 낳았는데 그 대부분은 인도적인 대안 형태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대중과 과학자 사이에 그럴듯한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있었다. 특히 유럽의 많은 과학자는 지금도 과거의 악명 높은 학대를 그만두고 인도적인 법률 규정을 만족시킬 방법을 찾는다. 불행히도 WTO나 미국 등 선진국은 그런 진보한 접근방법을 채택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 그 결과 과학의 모든 영역은 나쁜 이미지로 고통받는다. 어쩌면 어린이와 젊은이가 과학을 좋아하지 않은 이유일지 모른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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