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글돈글]'도넛'이 돼버린 뉴욕…뉴요커는 왜 도시를 떠났나
코로나19로 도심 일자리 감소
외곽, 인구 늘자 주택 매매가 급등
교통 문제가 도심인구 회복 관건
사무실, 주거 공간으로 재활용 방안도
미국과 관련된 외신 기사를 보면 유독 부정적인 현상을 도넛에 빗대 설명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미국 월가의 금융사들이 경기 침체로 인해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도에도 도넛이라는 단어가 언급됐습니다. 월가 직원들은 도넛이 숫자 0을 닮았다는 이유로 보너스가 지급되지 않는 상황을 '도넛'이라 표현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도넛'이 미국의 도심이 텅텅 비어가는 현상을 일컫는 단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도시 중심부를 벗어나 외곽으로 몰리는 것이 마치 도넛과 같은 형태를 띤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현재 미국은 시카고와 뉴욕, 샌프란시스코를 막론하고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는데요. 영향력 있는 세계 도시를 꼽으면 늘 언급되던 뉴욕에서까지 '도넛 효과'가 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에 도시 일자리 급감…외곽 이주자 급증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오피스 타운이 밀집해있는 뉴욕의 대도시에서 벗어나 교외 지역, 또는 농촌으로 거주지를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도심에 빈 사무실과 주택이 대거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하죠. 도시를 떠난 시민들이 교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도심 밖의 주택가격들은 급등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중산층들의 거주지로 널리 알려져 있던 롱아일랜드의 서퍽 카운티는 2020년 하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주택 매매가가 전년 대비 7.2%가 뛰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요 도시인 맨해튼의 중심지인 배터리 파크 인근 맨션과 샌프란시스코 주요 도시권인 베어 에어리어의 주택은 매매가 각각 9.6%, 10%가 떨어졌습니다.
이들은 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도시를 떠나야 했을까요? 그 원인은 일자리에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은 직장인은 무조건 회사를 출근해야만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곳들이 늘면서 직장인들은 더이상 수백만 가구로 붐비는 도시에서 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게 되자 인근의 레스토랑과 헬스장, 소매품 매장에도 덩달아 사람들이 줄기 시작한 것입니다.
도심 상권들이 직장인들의 이주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은 지역별 구인·구직 공고 건수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미국의 비영리 전미경제연구소(NBER)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도시와 비 도시 간에 구인·구직 공고 건수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비교했습니다. 2021년 11월, 뉴욕과 마이애미를 비롯한 주요 25개 도시와 관련된 구인 구직 공고는 2020년 2월 대비 2.2% 줄었습니다.
그러나 주요 도심에서 벗어날수록 일자리 수는 급격히 늘어났는데요. 주요 도시를 제외한 75개의 대도시권에서는 구인 건수가 15.8% 늘어났으며 비도심과 소규모 지역에서는 무려 구인 건수가 56.8%나 증가했습니다.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외곽으로 이주하자 자연스레 이곳에 일자리가 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뉴요커들은 도시로 돌아올까?…해답은 공간 활용에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종료한 현재는 도시를 떠난 시민들이 다시 돌아올까요? 안타깝지만 도시 시민들의 귀환 전망은 불투명합니다.
그 이유는 교통에 있습니다. 똑같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곤욕을 치렀음에도 영국의 런던과 프랑스 파리가 여전히 시민들로 북적이는 이유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정비돼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반면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하기로 유명하죠. 특히 시카고의 경우 시민들이 열악한 대중교통을 대신해 일제히 자가용을 구입하면서 도심의 교통 체증이 더 심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교통 인프라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미국의 주요 도시 위주로 번진 도넛 효과는 앞으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자동차 산업 부진으로 몰락했던 미국의 도시 디트로이트 역시 수년간의 재건 노력에도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인구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도시들이 도넛 효과를 피해 갈 수 있는 해법이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도심에 차고 넘치는 상업용 사무실을 주거 용도로 전환할 것을 조언합니다. 아직까지 인구 유입이 기대에 못 미치긴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과거 도시 부흥 시기에 지었던 오래된 건물들을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재활용해 시내 중심가의 기능을 일정부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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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상가들의 공실률로 인한 부채 증가가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만큼, 공간의 재활용은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세계 경제의 심장으로 불리는 도시 뉴욕이 텅 빈 도넛이 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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