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사회를 이해하려면‥집요하게 관찰하고 대화하라
AD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트위터를 통해 북한 전문가의 글을 보고 있다. 서양인 중 북한 전문가가 왜 그렇게 많은지 의아할 정도다. 그들은 어떻게 전문가가 된 걸까. 이 물음은 북한 전문가를 자칭하는 서양인만이 아니라 외국은 물론 자국 현황을 ‘전문적’으로 분석한다는 모든 이에게 해당한다. 그들은 과연 대상 국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떤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 그들이 전하는 정보의 신뢰 여부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1835년과 1840년에 각각 출간된 ‘미국의 민주주의’는 프랑스 귀족 토크빌이 1830년대 초, 약 2년 동안 여행하며 만난 미국 사회를 미시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미국 민주주의 원동력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번영에 대한 욕망의 균형에 있다고 했다. 토크빌의 여행은 거의 200년 전 일이지만 2020년 여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는 토크빌이 관찰했던 미국 민주주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요즘으로 치면 토크빌은 미국 전문가라고 할 만하다.

트위터에서 만나는 북한 전문가들의 말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들의 한계는 명확하다. 북한은 여행을 가기도 어렵지만 가서도 현지인들과 자유로운 대화가 불가능하다. 이는 곧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수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1990년대 독일의 통일과 소련의 붕괴를 지켜보며 북한 역시 곧 무너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과는 달랐다. 그들의 분석은 북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출발하여 각자의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끝났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뢰할 수 없는 건 이들만이 아니다. 어디든 여행할 수 있고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미국 전문가들은 정확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 걸까.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막강한 힘과 거대한 취재망을 갖춘 주요 언론사의 분석은 그렇지 않았다. 그 당시 한 프리랜서 기자가 미국 중부 지역을 다니며 보고 들은 바를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당시 주요 언론들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예측했다. 그가 이런 전망을 올릴 때마다 설마 했지만 개표 방송을 보며 그의 분석을 새롭게 평가했던 기억이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한 걸까.

북한 전문가들의 미진한 분석은 한편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주요 언론사들의 부정확함은 이해하기 어렵다. 흔히 예산 탓을 하지만 단순히 예산 문제가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사 소속 기자들은 어느덧 화이트칼라의 전문직에 속해 있다. 이들은 직업적 특성으로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할 뿐, 세상 속으로 직접 뛰어 들어가 관찰하거나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자신들이 속한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에 깊이 들어가는 것을 심지어 낯설어하기도 한다.


미국만 그런 걸까. 한국은 어떨까. 한국에서 자칭 미국통이라고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자. 그들의 분석은 과연 정확한가. 그들은 미국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관찰하며 현지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먼 나라 미국만 해당하는 말일까. 한국의 오늘을 제대로 알기 위해 지역 구석구석을 발로 뛰는 이들은 많을까, 적을까.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관찰과 대화 없이 내놓는 그들의 분석이라는 것의 신뢰도는 과연 몇 점을 줘야 하는 걸까.

AD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