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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위기의 K반도체, 강력한 리더십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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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 미·중 사이 전략 고심
정부·與, 규제혁파 흔들림 없어야

[시시비비]위기의 K반도체, 강력한 리더십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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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패권 경쟁에 맞서지 마라." 최근 한국 기업인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경영철학이다. 안보와 경제를 분리했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패러다임이 수명을 다한 후 우리 기업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한 곳을 택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들이 잘 대응한다고 한들 본전, 그렇지 않으면 치명타를 입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양쪽에서 적절한 중립을 취하라는 조언이 나오지만 이는 외교 경제를 책임지는 정부가 할 일이지 기업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3년 만에 중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보를 봐도 그렇다.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한 이 회장에게 취재진이 방문 소감을 묻자 그는 "날씨 좋죠"라고만 답했을 뿐이었다. 같은 출장에서 중국의 기술 혁신을 치켜세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는 대비됐다. 만약 이 회장이 쿡 CEO처럼 했다면? 아찔하다. 애플은 미국 대표 기업 중 한 곳이다. 미국 정부가 쿡 CEO의 행보를 탐탁지 않게 보더라도 애플에 페널티를 주긴 쉽지 않다.

하지만 삼성은 다르다. 미국은 이미 10년 내 중국 사업을 철수하라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나. 최근 미국이 공개한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안에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10년 내 5%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최근 5년 동안 D램과 낸드플래시는 매년 각각 5%, 10%씩 증가했는데 10년간 5%만 증산하라는 건 메모리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10년 내 미국 정권이 바뀐다면 이 조항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 역시 희망 고문이다. 정권을 불문하고 미국 정책엔 늘 '퍼스트 아메리카'가 우선시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전쟁으로 시작된 미ㆍ중 무역 분쟁이 정권이 바뀐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반대로 중국의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중국 경제 전문가 홍호펑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미ㆍ중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덜 위험하고 더 건전한 방향으로 정책을 이끄는 것"이라고 했다. 때마침 삼성은 경기도 용인 지역에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속 삼성이 고심해 내놓은 '덜 위험하고 더 건전한 전략'인 셈이다.

문제는 이를 강력하게 지원해 줄 정치적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통 끝에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된 후 정부가 신속 예비타당성조사로 속도전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입지 인허가 승인에서 환경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내년 총선도 변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역에서 공장 설립에 대한 반대 여론이 나온다면 또다시 각종 규제로 얽매려고 할 테니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여당은 흔들림 없이 규제 혁파를 이끌어 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야당도 부디 이번만큼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책임감으로 정책을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 그래야만 계획대로 2026년 반도체 클러스터를 착공할 수 있다.





이은정 콘텐츠매니저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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