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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노동시간보다 중요한 건 생산성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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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생산성을 늘려야 한다.”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부키) 출간기자간담회에서 장하준 영국 런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전한 말이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69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임금을 낮춰 경쟁하려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근무 시간을 아무리 늘리고 임금을 낮춰도 세계에는 그보다 더한 나라가 존재한다. 경쟁이 될 수 없다”며 “일하는 시간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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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장 교수는 본인 저서에 담긴 코코넛 이야기를 거론하며 “흔히 더운 나라 사람은 자원이 풍부해서 게으르다. 코코넛 나무 밑에서 열매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는데 잘못된 사실이다.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한다. 문제는 낮은 생산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에서 주장하는 ‘일할 자유’에 관해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자유는 상황을 고려하기 전에 상황을 규정하는 구조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강도가 죽을래? 돈 줄래? 하는 게 선택인가. 그렇지 않다”며 “현실에는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그걸 자유라고 하는 건 전근대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간 증가는 낮은 출생률 제고에도 악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있어야 애도 키우는 것 아닌가. 다 일하러 가면 애는 누가 낳고 누가 키우나”라며 “한국보다 소득이 높으면서 출생률도 높은 나라들을 보면 사회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 그중에서도 네덜란드가 출산율이 높은데, 보면 (출산 여성이 선택하기 좋은) 질 좋은 파트타임 일자리가 다른 나라보다 많다. 30살 전에 아이 셋 낳으면 군면제 같은 것보다 이런 실제적인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제 경제 정세도 짚고 넘어갔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두고선 2008년 금융위기의 후속편으로 간주했다. 당시 구조적인 개선을 이뤘어야 하는데 금융권을 겨냥한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 등의 미봉책에 집중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자율을 0%로 10년 이상 유지한 건 400여년 자본주의 역사에 없는 일”이라며 “자산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 자금이 넘쳐나면서 옥석 가르기가 안됐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강화 등의 조처로 2008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위험성은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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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경제 안보와 관련해서는 미·일에 편중된 상황을 우려했다. 장 교수는 미국은 언제나 실리를 최우선한다며 중국과 갈등이 격화하는 것처럼 비쳐도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며 막강한 생산력을 보유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미국의 이익에 배치되기에 실용주의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나라가 으르렁거리는 것 같아도 과거 미국과 소련처럼 확 갈라진 게 아니다. 경제적으로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기에 섣불리 한쪽에 붙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일본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섣불리 일본에 말려들면 안 된다. 일본은 무역의존도가 15%인 반면 우리는 50%가 넘는다. 일본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쪽을 버릴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며 “미·중 관계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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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장 교수가 10년 만에 출간하는 경제설명서로 앞서 언급한 코코넛처럼 음식 재료 18가지를 소재 삼아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경제를 쉽게 설명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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