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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녀의 '빚상속' 포기… 손자녀도 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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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채무자(채권자에게 빚을 진 사람)의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손자녀들이 배우자와 함께 채무를 상속받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손자녀들이 채무자의 배우자와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약 7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서울 서초구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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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의 손자녀들이 채권자를 상대로 낸 승계집행문부여 의의 신청 사건 특별항고심에서,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이 다시 심리·판단돼야 한다며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다수의견(11명)은 "원심엔 신청인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판을 통해 재산권을 보장받아야 할 헌법상 권리를 침해해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A씨가 2015년 사망한 뒤, 그 아내는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 내에서 A씨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한다'는 조건으로 상속한정승인을 했다. 같은 해 자녀 4명은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


그런데 A씨는 2011년 민사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채권자는 A씨의 아내와 손자녀들이 공동상속을 받았다며 020년 이들에게 '채무자의 사망으로 빚이 상속됐고 이에 따라 강제집행을 한다'고 알려주는 승계집행문 부여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상속 당시 미성년이었던 손자녀들은 자신들이 A씨의 상속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를 신청했다.


이 사건은 2015년 대법원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변경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당시 대법원은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했을 때,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있으면 배우자가 그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했었다.


1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 취지에 따라 이 신청을 기각했다. "손자녀들은 A씨의 아내와 공동상속인이 맞다"고 본 것이다.


손자녀들은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했다. 특별항고란 원심 결정에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재차 불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날 대법원 다수의견은 "판례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났다"며 원심 결정을 파기환송했다. A씨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했으므로, 배우자만 단독상속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속을 포기한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며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였다는 이유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당사자들의 기대와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의 법 감정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행 민법 제1043조는 '공동상속인 중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그 사람의 상속분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다른 상속인'엔 배우자도 포함되며,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분은 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관 2명은 "종래 판례는 우리 법체계 및 사회 일반의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타당한 판결이고, 종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그간 형성된 법률관계의 안정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전원합의체 사건은 대법관 전체 13명(대법원장 포함, 법원행정처장 제외) 중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 과반의 의견이 모이면 재판의 결론이 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전원합의체 결정은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봐 종래 판례를 변경한 것"이라며 "상속에서 배우자의 지위 및 이에 관한 민법 제1043조의 해석론을 명확히 정립하고, 상속채무를 승계하는 상속인들이 상속에 따른 법률관계를 상속인들 의사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간명하고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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