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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리퍼블릭에 300억 달러" 美 은행 11곳, 백기사로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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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금융권 위기 확산 공포에 민간자본이 대신 소방수役
'월가 황제' 다이먼 JP모건 회장, 은행 설득
美 정부, 연쇄 붕괴 막고 구제금융 비판 피해
옐런 "美 금융 시스템 건재" 강조에도 공포감 여전

"퍼스트 리퍼블릭에 300억 달러" 美 은행 11곳, 백기사로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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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은행 11곳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위기설에 시달리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300억 달러(약 39조원)를 긴급 수혈한다.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전 금융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공포를 진압하기 위해 민간 자본이 '소방수'로 투입됐다. 금융회사를 살리기 위해 혈세를 투입했다는 비난을 피하면서도, 금융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미 정부의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금융 시스템은 건재하다며 거듭 불안심리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퍼스트 리퍼브릭 은행의 주가는 16일(현지시간) 시간 외 거래에서 마감가보다 20% 가량 급락했다.


美 대형 은행 11곳, 퍼스트 리버플릭에 300억 달러 지원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 11곳은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를 예치한다고 발표했다. JP모건, 시티그룹, BoA, 웰스파고는 각각 50억 달러를 투입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25억 달러씩, US 뱅코프,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PNC 파이낸셜서비스그룹, 스테이트 스트리트, 뉴욕멜론은행은 10억 달러씩을 넣기로 했다. 이들 예금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들은 "이번 조치는 미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 리퍼블릭과 모든 규모의 은행에 갖는 신뢰를 반영한다"며 "지역은행과 중소은행은 미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과 기능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미 대형은행)는 미국 경제와 우리 주변 모두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은행과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도 즉각 공동 성명을 발표해 "이번 대형은행 그룹의 지원은 우리 은행 시스템의 회복 탄력성을 보여준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간 은행의 대규모 지원에 힘입어 주가 급락, 뱅크런(대규모 예금 이탈)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던 퍼스트 리퍼블릭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간 시장에선 SVB와 시그니처 뱅크의 파산에 이어, 퍼스트 리퍼블릭이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미국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글로벌 금융권으로 전이되면서 크레디트 스위스(CS)까지 유동성 위기에 직면, 전날 중앙은행으로부터 500억 달러의 자금을 긴급 수혈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로 시장 심리가 다소 안정되면서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전장 대비 9.52% 오른 34.27달러에 마감했다.

민간 자본 투입…금융 안정화 하면서도 구제금융 논란 피해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구제금융이 아니라 민간 대형 은행이 백기사를 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이 같은 조치가 나오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WSJ 등 외신은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다이먼 회장과 전화로 퍼스트 리퍼블릭에 민간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다이먼 회장은 다른 은행들을 설득했다. 미 대형 은행 CEO들은 이날 오후 옐런 장관 사무실에서 모여 발표 직전까지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로선 민간 은행의 자본을 투입함으로써 납세자의 혈세로 금융회사를 살리는 구제금융에 대한 비판을 피하면서도, 금융 시스템의 도미노 붕괴를 막는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SVB 사태 후 미 정부는 "구제금융은 없다"며 은행들에 대한 정부 자금 투입에 거듭 선을 긋고 있다. 지난 12일 당국 차원에서 SVB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구제금융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금융회사를 살리면서 극심한 정치적 후폭풍에 시달렸던 트라우마를 고려한 조처로 분석된다. WSJ는 "이번 협약은 퍼스트 리퍼블릭을 ‘방화벽’으로 전환해 광범위한 공포에서 전체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민간은행들이 나선 것을 두고, 미 정부의 위기 대응 수위가 한층 올라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금융 시스템 불안이 증폭되면서 정부가 카드 하나를 더 뽑은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조치는 관(官) 주도로 이뤄졌으며, 향후 상황이 나빠져도 민간 대형 은행이 계속 해결사 역할을 하기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시키는 조치라는 외신 분석도 나왔다. 당시 다이먼 회장은 베어스턴스와 워싱턴 뮤추얼을 인수하며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지만 이후 주주 반발과 소송, 손실, 정치적 압력에 시달렸다.


옐런 "美 금융 시스템 건재" 강조하지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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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장관은 이번 조치 발표 직전 의회에 출석해 SVB 사태와 관련해 "미국 금융 시스템은 건재하다"고 강조했다.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란 점도 거듭 밝혔다.


SVB 파산 후 정부 당국자 중 처음으로 의회에 선 옐런 장관은 "우리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다고 재확인한다"며 "미국인들은 자신의 예금을 필요로 할 때 인출 가능하다는 것에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오후 발표된 민간 은행 지원을 시사하듯 "이번 주 취해질 조치들로 예금자의 자산은 안전하다는 우리의 굳은 약속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정부는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감을 강화할 수 있는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주주나 채권 소유자는 정부의 보호를 받지 않을 것이다. 한 푼의 세금도 이 같은 조치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SVB 파산과 관련해선 "은행이 폐쇄된 것은 인출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은행에 무슨 일이 있었고, 이 같은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상세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의 자신감에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가 완전히 수그러든 건 아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는 이날 지원안 발표로 정규장에서 상승 마감했지만 시간외거래에서 다시 약 20% 곤두박질쳤다. 금융 시스템 불안에 대한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은행들은 지난주에만 Fed의 기존 대출 창구인 재할인창구에서 1528억5000만 달러를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에 빌린 45억8000만 달러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기록(1110억 달러) 보다도 높다. 블룸버그는 "일부는 퍼스트 리퍼블릭 구제로 금융권 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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