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 주목받는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
국내 마니아층 넘어 해외까지 영역 확대
세계 무대 K-패션 위상 높아져…플랫폼 역할도
전 세계에서 K-컬처와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K-패션'도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넘보고 있다. 과거 상대적으로 좁았던 입지가 넓어지자 국내에서 각광받는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도 속속 해외 무대에 진출하는 중이다.
1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계에선 유망주로 꼽히는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로 MZ(밀레니엄+Z세대)세대에 속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주축이다. 그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패션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주목 받아온 브랜드들로 저마다 젊은 감각을 무기로 독창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8년 론칭한 '기준(KIJUN)'은 김현우 디자이너가 이끄는 브랜드로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을 조합하거나 재구성하는 등 과감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 매니아층을 늘려왔다. '2016 대한민국패션대전' 대상에 이어 지난해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주최하는 ‘2022 한국디자이너패션어워즈’에서 신인디자이너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 패션업계에서 주목받은 것에 이어 글로벌 패션 플랫폼인 'SSENSE(에센스)'에 입점하는 등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복 라인에 더해 남성복도 새롭게 선보이면서 브랜드를 확장하는 중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ADER Error)도 최근 세계 무대에서 눈부신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다.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아더에러는 패션을 기반으로 한 문화 커뮤니케이션 브랜드를 표방한다. 디자이너나 디렉터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신비주의' 콘셉트로도 유명하다. 아더에러는 유명 해외 편집숍이나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해외에서 먼저 유명세를 탔다. 2021년부터 이어진 SPA 브랜드 자라와의 협업 제품은 이른바 '자라에더'라고 불리며 출시될때마다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고 곧바로 프리미엄이 붙어 리셀 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강혁(KANGHYUK)' 역시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론칭한 강혁은 자동차 에어백을 이용한 의류로 유명하다. 이 브랜드는 런던 영국왕립예술학교(RCA) 출신의 최강혁, 손상락으로 이뤄진 디자인 듀오가 이끌고 있다. 2019년엔 전 세계 신인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경연인 '루이비통 모엣 헤네시 프라이즈(LVMH Prize)'의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면서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선 삼성패션디자인펀드 16, 17회 우승팀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이 밖에도 파페치, 네타포르테, 에센스 등 글로벌 패션 플랫폼에 연이어 입점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은 '엔더슨 벨(ANDERSSONBELL)'과 시그니처인 꽃 패턴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도 있다.
이 같은 토종 신진 브랜드의 활약에 그간 불모지였던 세계 패션시장에서의 K-패션 위상도 점차 높아지는 중이다. 그동안 국내 패션 브랜드는 국내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엔 이런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 ‘우영미’나 ‘준지’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가 탄탄한 브랜드에 이어 이처럼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면서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현재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파리패션위크쇼에 서는 국내 브랜드는 우영미와 준지, 송지오가 유일하다.
여기엔 플랫폼의 역할도 컸다. 대표적인 곳이 무신사다. 기준과 마르디 메크르디, 엔더슨 벨 등은 국내에선 무신사 스토어 입점을 통해 국내에서 인지도를 키워왔다. 무신사 스토어엔 최근에도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애프터프레이(AFTER PRAY)'와 MZ세대 남성들에게 입소문을 탄 '포터리(POTTERY)' 등 젊은 국내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연이어 입점하면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패션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선한 시도와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을 경쟁력으로 브랜드와 함께 성장한 2030세대 젊은 디자이너들이 국내 패션 시장에 활기를 가져오는 중"이라며 "과거 아시아에선 일본 패션이 홀로 주목 받았다면 이젠 세계가 국내 패션업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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