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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바보야, 문제는 기술패권 경쟁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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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바보야, 문제는 기술패권 경쟁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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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챗GPT가 큰 인기를 끌면서 초거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성형(generative) 인공지능인 챗GPT는 기존 산업의 규칙을 뒤흔들 게임체인저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개발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조만간 초거대 인공지능 산업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며, 국회에서도 국내 관련 기업들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법률을 발의하였다.


초거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개발 경쟁은 글로벌 차원에서의 기술패권 경쟁과 맞닿아 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과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기술의 육성·보호에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국가 안보와 민간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는 핵심 전략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은 인공지능을 넘어 양자, 차세대 통신, 바이오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대한민국이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그러나 심화되는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하나만 바라볼 수 없다. 반도체를 넘어 미래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전략기술을 발굴·육성·활용할 수 있는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KAIST는 올해 3월 초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를 신설하였고, 필자가 연구소 소장을 맡게 되었다.


향후 연구소의 운영 방향과 글로벌 차원의 네트워크 구축을 논의하기 위해 필자의 지도교수였던 미국의 미래학자 짐 데이터(Jim Dator)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연구소 설립의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면서 자문을 했으나, 올해 90세의 노교수는 뜻밖의 답변을 보내왔다. 직접적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이메일의 전반적인 뉘앙스는 "바보야, 문제는 기술패권 경쟁이 아니야"였다.


데이터 교수에 따르면, 지금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후변화와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는 것이다. 심화되는 기후변화는 인류의 존립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초거대 인공지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미·중 양국이 협력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해도 모자랄 판국에 자국의 단기적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것을 개탄했다. 지금이라도 미·중이 협력과 화합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때라고 데이터 교수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의 관계를 ‘협력과 화합’의 관계로 이끌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교수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적지않게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필자가 맡은 연구소가 수행해야 할 또 하나의 임무가 주어진 느낌이었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기술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야말로 대한민국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기술이 아닐까? 아울러, 대한민국이 기술을 매개로 미·중 양국의 ‘경쟁과 갈등의 관계’를 ‘협력과 화합의 관계’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국익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대한민국 외교가 추구해야 할 괜찮은 전략적 방향성인 것 같다.


서용석 KAIST 문술 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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