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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B의 공포'…구제금융 망령에 시달리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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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전액보호에도 "혈세 투입 없다" 선긋기

파산한 상업은행의 예금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예금 전액을 상환해주는 것을 구제금융(Bailout)이라고 볼 수 있을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예금자 보호조치를 두고 미 정치권에서는 '구제금융이냐, 아니냐'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SVB 파산 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면서도 '구제금융'이라는 표현 자체를 거부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억 때문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SVB 지원에) 납세자들은 어떤 손실도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구제금융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못했다. NYT는 이에 대해 대침체를 촉발한 리먼 브러더스 붕괴 이후 정부 개입의 망령에 사로잡혀 보낸 고통스러운 시간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9년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구제금융을 쏟아냈고, 이를 통해 금융 시스템의 연쇄 붕괴를 막는 데 성공했지만,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은행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탓에 위기에 빠져도 '대마불사'라는 이유로 혈세가 투입돼 생존한다는 것이 비판 여론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살찐 고양이(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 월가의 탐욕스러운 은행가 비유한 표현)'들이 정부에 의해 구제됐지만, 평범한 소시민은 금융위기의 연쇄효과로 일자리와 집, 저축한 돈을 모두 잃어버리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대중들의 분노가 미 곳곳에서 분출했다.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는 항의 시위는 삽시간에 미 전역으로 퍼졌고,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지지자 중에서도 등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야당인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도 구제금융에 대한 불만은 극단적인 보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 태동과 보수파 정치인 교체의 불씨로 작용하는 등 워싱턴 전체가 유탄을 맞았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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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구제금융은 은행과 기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엘리트로 불리는 이들의 저지른 대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면서 "2008년 이후 포퓰리즘이 확실하게 뿌리를 내렸다"고 전했다.


오마바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15년 전 이 같은 평범한 소시민들의 분노를 가까이서 목도했고 이를 속속들이 기억하는 것 같다고 NYT는 전했다.


이 때문에 그는 SVB와 뉴욕 시그니처은행에 맡긴 예금을 전액 보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지 않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구제금융'이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는 것도 피했다는 것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내 행정부에서는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발언하며 SVB 경영진에 대한 책임 문제도 부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초대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로버트 기브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은행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 은행을 구하는 데 세금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며 15년 전에 배운 중요한 교훈"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화당 진영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구제금융으로 규정하며 공격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구제금융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경제적 혼란을 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구제금융이 아닌 척하지만 실제론 구제금융이 맞다"며 "건전한 은행 예금자들이 SVB의 부실 경영에 세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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