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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사적복수 드라마 흥행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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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감행한 복수에 카타르시스
공정과 정의 시스템에 대한 물음표

"가해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치밀한 복수를 감행한다."


넷플릭스가 소개한 드라마 ‘더 글로리’ 내용이다. 사적 복수 드라마에 관한 대중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더 글로리 2부에 해당하는 파트2는 공개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드라마는 예상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10일 더 글로리가 공개되자 단숨에 드라마 1위 자리에 올랐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 폭력에 시달렸던 주인공 문동은(배우 송혜교). 그는 혼자였다. 심지어 친엄마도 문동은을 지옥으로 밀어 넣는 데 동참했다. 여고생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던 고통의 시간. 문동은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마음을 바꾼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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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를 응징하기 위한 설계를 실행에 옮긴다. 문동은이 쳐놓은 복수의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학폭 가해자들. 그들은 모두 응징의 대상이 된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그동안 쌓은 명성이 땅에 떨어진 인물. 심각한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인물. 삶의 모든 것을 빼앗긴 인물도 있다. 살아도 산 게 아닌 삶이다.


문동은이 준비한 복수극에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문제는 복수극의 방법이다. 사실상 살인을 교사하고 폭력을 종용하는 문동은. 그의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가 준비한 설계 때문에 누군가 생명을 잃었다. 하지만 시청자는 그렇게 만든 문동은을 미워할 수 없다. 악을 응징하는 과정이기에, 불법은 눈감아줘야 한다는 생각의 공유.

형법 제31조는 교사범을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그런 법에 관심도 없다. 더 글로리는 그렇게 사적 복수에 관한 비판 의식을 희석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도 스토리의 큰 줄기는 사적 복수다. 택시회사 무지개운수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울리는 흉악범을 폭력으로 다스린다.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게 아니라 직접 응징한다. 특수부대 장교 출신의 택시 기사 김도기(배우 이제훈)는 탁월한 격투기 실력과 지략으로 악의 응징에 앞장선다.


고아를 사실상 노예로 이용하던 조직의 수괴는 초주검이 돼서 쓰레기장에 파묻혔다.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도 빼앗긴다. 현행법의 잣대로 보면 특수폭행에 절도에 이르기까지 위법 행위의 연속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무지개운수 활약상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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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복수를 하면 안 되는데…’라는 의문이 끼어들 틈이 없다. 수사하고 판결하는 복잡한 법의 절차보다는 곧바로 응징하는 것을 간명하고 확실한 정의의 실현으로 여긴다.


정의의 개념은 시대를 반영한다. 하지만 넘어서는 안 되는 선도 있다. 법치주의 기본은 사적 제재의 배격이다. 사적 복수에 무감각해지는 현실은 법치를 향한 믿음의 연대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수사당국의 판단 잣대가 구부러져 있다는 생각, 법의 저울이 균형을 잃었다는 생각이 커질수록 사적 복수는 더 짜릿한 카타르시스로 다가온다.


사적 복수를 통해서라도 외면된 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믿음의 공유는 왜 생겨났을까. 더 글로리 흥행은 우리 사회 공정과 정의의 시스템을 향한 물음표다.





류정민 이슈1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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