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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저항한 백장미단 마지막 생존자 별세…향년 10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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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쟁 범죄 고발했던 비폭력 단체
독일서 자유와 인류애의 상징으로 평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에 저항한 비폭력 단체 ‘백장미단’의 마지막 생존자 트라우테 라프렌츠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향년 103세로 별세했다.


AF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10일 “백장미 재단과 라프렌츠의 아들인 마이클 페이지가 그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백장미단은 뮌헨에서 한스 숄과 소피 숄 남매가 중심이 되어 결성됐다. 1941년 나치가 유럽인의 유전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안락사 정책을 벌이고 있을 때, 숄 남매는 이를 비난하는 아우구스트 폰 갈렌 주교의 설교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치의 정책에 경악한 숄 남매는 주교의 허락을 받고 설교문을 복사해 뮌헨대학교에 뿌렸다. 이후 여기에 동조하는 학생들이 모여들면서 1942년 여름부터 백장미단의 활동이 시작됐다.


백장미단의 활약을 다룬 영화 ‘쇼피 숄의 마지막 날들’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백장미단의 활약을 다룬 영화 ‘쇼피 숄의 마지막 날들’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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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미단은 전쟁 범죄를 폭로하는 전단을 만들어서 뿌리는 방식으로 나치 정권에 저항했다. 이들은 6차례에 걸쳐 전단을 작성하여 대학 내에 살포하며 전쟁의 잔혹함과 반인륜적인 나치에 대한 반대, 유대인 학살 고발, 관용과 정의에 입각한 유럽의 연대를 주장했다. 어둠을 틈타 거리에 ‘타도 히틀러’와 같은 슬로건을 그려넣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6번째 전단을 학내에 뿌리던 숄 남매가 학교 경비에게 발각되면서, 1943년 2월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모든 구성원이 체포됐다. 결국 숄 남매를 비롯한 지도부는 체포 4일 만에 단두대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장렬한 최후를 맞은 숄 남매의 모습은 나치에 저항한 독일인의 상징으로 남아 있으며, 이들의 이름을 딴 학교나 거리는 수백 곳에 달한다. 백장미단의 활약은 1982년과 2005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두 번째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919년 5월생인 라프렌츠는 함부르크 의대생 시절 백장미단을 결성한 알렉산더 슈모렐과 숄 남매를 만나 뮌헨으로 이주했다. 백장미단 활동 중에는 전단을 나르고 잉크와 종이, 봉투 등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백장미단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트라우테 라프렌츠 [이미지 출처=위키피디아]

백장미단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트라우테 라프렌츠 [이미지 출처=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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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렌츠는 숄 남매 등 백장미단 지도부가 처형되고 난 다음 달인 1943년 3월 체포됐다. 당시 단두대 처형을 재개하라는 히틀러의 명령에 독일에서 5000명 이상이 참수형을 당했다. 그러나 라프렌츠는 1년을 복역하고 석방됐다.


이후에도 라프렌츠는 1945년 4월 독일이 패전할 때까지 경찰 조사를 받거나 감옥을 오가는 삶을 살았다. 전쟁 후에는 1947년 미국으로 이주해 의학 공부를 마쳤으며, 안과의사인 버넌 페이지와 결혼해 네 자녀를 뒀다. 20여 년간 에스페란자 특수학교의 교장을 맡았고 인지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라프렌츠는 100세 생일인 2019년 5월 3일 독일 정부의 공로 훈장을 수여했다. 당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라프렌츠를 “국가사회주의 범죄에 맞서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독재와 유대인 학살에 저항하는 용기를 지닌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라며 “자유와 인류애의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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