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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레코드]②테이 “노래·연기·사랑 모두 쉬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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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테이 인터뷰 ②

[온더레코드]①테이 “연예인이 꿀? 엄청난 정글이죠” 에서 이어집니다.


가수 테이(39·김호경)는 재미있는 인생을 살았다. 보수적인 부모님 아래 평범하게 나고 자란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가풍 덕에 차분한 성품을 지녔다. 20세에 서울로 상경한 울산 촌놈은 하루아침에 '톱스타'가 됐다. 거리 곳곳에서 그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방송에는 모셔가기 바빴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2004), '사랑은... 하나다'(2005), '같은 베개...'(2007)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히트곡이 수두룩하다. 한때는 가슴 시린 노래를 부르는 발라더로, 신비주의를 고수한 적도 있었다. 술도 안 먹고 남자 배우들과 카페만 다니다 남자 연예인과 열애설이 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톱가수 테이와 인간 김호경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나를 가두고 가뒀다. 덕분에 술도 담배도 유흥도 멀리한 채 활동에 매진한 끝에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테이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장소에서 아시아경제와 마주했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테이이자, 소상공인 김호경 사장. 그리고 39세 청년 김호경과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보수적 청년에서 유연한 연예인으로
가수 테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가수 테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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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잘 지키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을까요.

부모님 덕분이죠. 늘 ‘남한테 폐 끼치지 마라’ ‘오만하지 마라’ ‘겸손해라’ ‘예의를 지켜라’ 말씀하셨어요. 가르침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연예인은 멍석을 깔아주면 잘 놀아야 하는데, 오히려 피하게 된 것도 그래서예요. 덕분에 어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죠. 술 담배도 안 하고, 기껏해야 친구들과 압구정동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제가 라디오를 정말 사랑하는데요, 당시 수다가 밑거름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어린 김호경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10대 때는 늘 반장을 했어요. 리더십이 강했죠. 나서서 친구들을 리드하고 선도부장, 전교 부회장을 했어요. 그러니까 늘 동성 친구들이 저를 좋아해 줬어요. 고등학교 때는 밴드 보컬(청산가리)까지 했으니.(웃음) 인기가 많았어요.

=20대 초반에 인기를 얻으면서 본인의 자아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셨나요.

맞아요. 그전까진 사람들이 이야기하면 한두 번씩 툭툭 받아치고 그게 조금 웃기는 정도였는데요, 연예인 테이가 되면서 너무나 많은 말을 하고 친절하고 착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제 마음은 정말 깨끗했는데,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어요.


=깨끗한 마음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어른스러운 표현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몰랐어요. 그래서 더 숨었죠. 이젠 알아요. 행동하는 게 전부라는 걸요. 경상도 사람들은 표현 안 해도 알겠지, 믿고 가는 거지, 실수했지만 마음은 아니겠지 그런 마음이 있거든요. 서울에 와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다정하고 친절함을 표현하는 게 착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렇게 생활에 익숙해졌죠.


라디오·음악·연기 평생 동반자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라디오 ‘테이의 브레이크타임’을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언제부터 하셨나요.

지난해 7월부터요. 갑자기 배달의민족에서 연락이 와서 기획에 대해 들었는데, 재밌겠더라고요. 할 말도 많을 것 같고요. 일단 라디오를 제가 너무나 좋아해서 평생 하고 싶어요. 사장도 연예인이랑 똑같아요. 외롭거든요. 아무도 나쁜 말을 안 해주는데 잘되려면 의논과 조언이 필요하죠. 하지만 의논하면 직원들 사기가 또 떨어지거든요. 결국 혼자 견딜 수밖에 없죠.


=배우한테 누가 함부로 조언을 할 수 있겠어요. 저마다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인데, 부담스럽죠.

맞아요. 배우들끼리도 서로 쉽게 조언을 못 해요. 굉장히 조심스럽죠.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주관적이잖아요. 감정이 섞이죠. 이젠 훈련이 돼서 ‘저 사람은 날 진짜 위해서 해주는 말이구나’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요. 듣는 기준이 생겨서 조언을 많이 듣는 게 좋아요.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의 한 장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의 한 장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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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로 사랑을 많이 받으시다가 뮤지컬 무대에는 어떻게 도전하셨나요.

연기는 SBS 주말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2009)로 데뷔했어요. 뮤지컬은 원래 제가 할 수 없는 장르라고 여겼는데, tvN ‘오페라 스타’(2012)에 도전하면서 오페라 장르를 접하게 됐죠.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어느 날 민우혁과 뮤지컬 ‘셜록 홈즈’를 관람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그땐 둘 다 뮤지컬배우가 아니었는데, 충격받아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인터미션 때 눈이 마주쳤는데 ‘와 재밌다’를 연발했죠. 덩치 큰 남자 둘이 작은 극장 의자에 앉아서 봤는데,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매료됐어요.


=뮤지컬의 매력은 뭔가요.

연기가 재밌어요. 배우들과 함께 합을 맞추는 연습도 재미있고요. 서로 고민을 나누면서 만들어가는 공동 작업이 행복해요. 결국 공동작업이면서 개인 작업인데요,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요. 감정을 주고받는 작업이 즐거워요.


=‘모놀로그’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등 커버곡도 인기를 얻었어요. 테이 씨 노래를 계속 듣고 싶다는 반응 느끼시나요.

테이는 활동 안 하고 햄버거만 파냐고 묻는 분도 계세요.(웃음) 사실 저는 음악을 쉰 적이 없어요. 계속 노래해 왔고, 노래할 거예요. 커버곡은 아주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해서 낸 음원들이라 들어보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잘 만드는 게 우선이에요. 가수로 사랑받는 것도 제겐 큰 보람입니다.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같은 베개...’ ‘사랑은... 하나다’ 등은 지금 들어도 여전히 여운이 짙어요. 테이의 발라드는 왜 그렇게 아플까요.

제 목소리에 뭔가 있다고 말해주시는데, 이별을 부르는 테이만의 감성이 타인에게 없는 유니크한 것이라서 아닐까요. 데뷔 때 철저히 아마추어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당시에 저는 실용음악을 배운 사람이 아니었어요. 기교나 화성학 등 모르는 상태에서 노래를 부른 덕분에 곡을 온전히 받아들였죠. 그래서 가사가 제게 와 닿지 않으면 부를 수 없었어요.


=연기랑 비슷하네요.

그렇죠. 대본을 보고 연기를 준비하는 배우처럼 발라드곡을 대하고 있었던 거예요. 지금 돌아보면 발성적으로 어색한 부분도 느껴지지만, 무엇보다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아프고 슬프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그러다 보니 드라마틱한 감정이 무기가 된 보컬리스트가 된 게 아닐까.


사랑도 연애도 알수록 어려워
테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테이[사진제공=과수원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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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수는 얼마나 이별을 많이 했길래 이런 감정이 나오나 싶기도 합니다.

경험한 만큼 나오는 게 감정이지만, 간접 경험도 표현에 도움이 돼요. 막상 경험해보면 별거 아닐 때도 있는데. 오히려 아픈 이별을 해보니 그리움을 외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립긴 뭐 그리워. 진절머리가 나지.(웃음)


=그렇게 말해도 테이가 노래하는 이별은 너무 아름답잖아요.

그 사람이 밉다, 후회된다, 왜 난 바보처럼 굴었나. 돌아보지 않고 그걸 넘어선 감정을 노래해서 아닐까요. 이별이 좋다고 말하는 식이었죠. 이별이 날 또 성장시켰다. 그러니까 너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 우리 이별을 아름답게 하자고 노래했어요. 가사가 참 아름다웠던 거 같아요. 요즘 들어도 좋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곡이 있다는 게 가수로서 뿌듯하죠.


=20대에 노래하시면서는 그 감정을 얼마나 이해하셨나요.

그땐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웃음) 감정을 화려하고 절절하게 불렀는데, 이젠 담담해졌어요. 이별 후 감정이 그렇게 절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았으니까죠. 전엔 노래 가사처럼 온 세상이 취한 것처럼 불렀다면, 이젠 촉촉하게 취할 정도로 불러도 전달된다는 걸 알아요.


=연애는 알게 모르게 하면서 지내셨는지요.

연애도 하고 이별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었습니다.(웃음) 인연이라는 게 내가 어떻게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어떤 스타일이세요. 연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요.

몰랐는데 제가 약간 진지한 스타일이더라고요.(웃음) 서로 진지한 이야기부터 공유하고 시작하는 편이에요. 처음 만나서 농담하면서 친해지는 건 어색해요. 연애는 어려워요. 이젠 잘 모르겠어요. 저는 딱 한 사람만 보는 스타일이에요. ‘아 이 사람이구나’ 하면 믿고 쭉 가는 타입이죠.


저의 속 이야기, 상황을 다 오픈해요. 편하고 설레고 감정에 상관없이 제 모습을 그대로 꺼내요. 상대가 저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겠죠.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는 관계잖아요. 머리로 계산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편해요. 예전에 데이트할 땐 분장도 지우고 제 모습 그대로 편하게 만났어요. 그건 친구들한테도 마찬가진데요, 친구들은 그래서 TV에 제가 나오면 어색하다고 해요. 너 맞냐고, 누구냐고 물어요.


[사진제공=테이]

[사진제공=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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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건가요.

사랑관과 우정관이 거의 비슷한데요. 서로 바닥을 드러냈을 때 측은함, 품어주고 싶은 마음, 슬픔을 같이 하고 싶은 마음 같은 걸 공유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봐요. 내가 최악의 상황일 때 곁에 있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그 사람이 최악일 때 곁에 있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과 평생 가지 않을까요. 들뜬 설렘은 사랑이라기보다 본능, 호감이죠.


=일시적 감정과는 다른 개념이군요. 그래도 본능적인 설렘은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업계에 매력적인 사람이 많잖아요. 대부분이 멋있고 잘생기고 매력적이고, 재치 있고 또 세련미 있고. 여러 장점이 있죠. 만나면 누구나 다 매력적이에요. 호감이 가지만 그걸 개인적인 감정으로 오해하진 않아요. 예쁜 누군가가 나를 보며 다정하게 웃어도 개인적 호감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이제. 훈련된 거죠. 본능적 호감이 어느 정도 컨트롤 된다 할 수도 있겠고요.


=그 흔한 열애설 한번 없었어요.

동성 열애설이 있었어요.(웃음) 남자들끼리 커피숍 가서 수다 떨죠, 영화 보러 가죠. 맛집 가서 디저트를 먹고 그러니까.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어요. 게다가 술도 안 먹으니까요. 주로 술을 안 마시는 연예인들이 그런 오해를 좀 받는 거 같네요. 그런 일도 있었구나, 웃으면서 말할 수 있네요.


=다양하게 활동하시면서도 지치지 않는 원동력은 뭘까요.

가수로, 배우로, 연예인으로서 앞으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목표예요. 이제 일이 재미있어요. 자신감이 생기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일을 비로소 이해하고 업계가 돌아가는 메커니즘도 잘 알게 되면서 즐기게 됐어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원동력이랄까요. 노래 무대나 라디오, 방송, 연기 등 꾸준히 활동하면서 영원히 행복해지고 싶어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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