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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쪼개 지배력 강화" 이우현·장선익, 바빠진 오너家 장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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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지주사 전환 과세 특례 일몰
지주회사 전환 위해 인적분할
"지배력 강화 비용 결국 외부주주 부담
지배주주 억제 방안 강구해야"

재벌 대기업의 승계 공식은 변하지 않는 걸까. 오너 일가 장남이 경영 일선에 있는 OCI홀딩스 동국홀딩스 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회사를 쪼갠다. OCI는 2개, 동국제강은 3개 회사로 인적분할을 하기로 했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으로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은 OCI의 경우 기존보다 7%, 동국제강은 57% 높아진다.


인적분할이란 한 회사를 쪼개서 기존 회사와 주주 구성이 동일한 회사를 신설하는 것을 말한다.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 주주는 보유 지분만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지분을 나눠 받는다. 이후 지주회사 요건(상장 자회사·손자회사 30%, 비상장사 50% 지분보유)을 맞추기 위해 일종의 ‘주식 스와프’을 한다.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주식을 맞바꾸는 것인데, 신설법인 주식을 받고 그 대가로 존속법인 신주를 발행해 준다. 이른바 현물출자 유상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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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오너 일가는 분할할 때 받은 신설법인 지분을 존속법인에 현물로 출자하고 존속법인 주식을 받는다. 그 결과 존속법인 즉 지주회사 지분이 더 늘어난다. 결론적으로 인적분할을 하면 오너 일가의 존속법인(지주회사) 지분율이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경영권 승계작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기업집단을 물려받을 후계자만 받은 신설법인 주식을 출자해 존속법인 주식을 받는 식이다. 2007년 당시 정부 주도 하에 재벌그룹의 지주회사 붐이 일었다. 그때 많은 기업이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올해는 ‘지주사 전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다. 지주사 전환 세제 혜택이란 지주사 개편 과정에서 주주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할 때 발생하는 차익에 대한 세금을 해당 주식 처분 전까지 미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작년 하반기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인적분할 재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회사는 10곳이다. 이 중 6곳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한 경우다. 현대백화점 , OCI, 동국제강, 현대지에프홀딩스 , 동국제강, CR홀딩스 등이다.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OCI 본사 [사진제공=OCI]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OCI 본사 [사진제공=O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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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는 5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회사를 쪼갠다. 존속법인은 지주사 ‘OCI홀딩스’(태양광·도시개발)이고 신설법인은 ‘OCI’(화학)다. 분할 비율은 69% 대 31%로 정했다. OCI홀딩스가 지주사가 되기 위해선 법규상 신설법인 OCI 지분을 30% 이상 취득해야 한다. OCI홀딩스는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신설법인 주식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끌어모을 예정이다.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 일가는 보유할 의미가 없어진 신설법인 지분 22.23%(기존 OCI 지분)를 모두 지주사에 현물로 출자해 지주사 주식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이 부회장과 특수관계인→OCI홀딩스→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자사주가 전무했던 OCI는 인적분할 공시 직후 자사주 30만주(1.26%)를 매입해 논란을 일으켰다. 자사주는 본래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할 경우 존속법인 소유 자산으로 잡히고 의결권도 살아난다. 지주사 OCI홀딩스 입장에서 보면, 인적분할 후 자사주 1.26%와 신설법인 OCI 지분 1.26%를 보유하게 돼 오너 일가는 돈을 들이지 않고 신설법인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OCI 관계자는 “신설법인 분할비율이 존속법인보다 훨씬 낮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거쳐 지주사로 전환해도 대주주 지분 상승분은 약 7%에 불과하다”며 “자사주 비중도 다른 회사에 비해 큰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OCI 지주회사 전환 방안 [이미지출처=OCI]

OCI 지주회사 전환 방안 [이미지출처=O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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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인 이 부회장은 2017년 부친 고(故) 이수영 회장 상속지분을 물려받아 지분승계를 끝냈다. 지주사 전환이 ‘경영권 승계’라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상속 당시 최대주주(6.12%) 자리를 차지했지만 상속세 납부를 위해 일부 지분을 팔아 현재는 숙부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과 이복영 SGC그룹회장(5.4%)에 이어 3대 주주(5.04%)다. 또 당시 처분한 이 부회장 지분을 SK실트론이 사들이면서 2%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SK실트론이 밝힌 취득 목적은 “협력 강화를 위한 지분 투자”였다.


동국제강은 회사를 지주회사인 ‘동국홀딩스’와 사업회사 ‘동국제강’(열연), ‘동국씨엠’(냉연) 등 3개로 인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존속회사는 동국홀딩스다. 5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분할 기일은 오는 6월 1일이다. 16.7%(동국홀딩스) 대 52%(동국제강) 대 31.3%(동국씨엠)의 비율로 회사를 쪼갠다.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사진제공=동국제강]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사진제공=동국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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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의 경우 지주사보다 사업회사 분할 비율이 높아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맞바꾸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하면 오너일가 지분이 확 늘어난다. 자사주도 4%가량 보유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분할 후 장세주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26.28%에서 약 83%로 높아진다”며 “인적분할 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존속법인에 배정한다면 자사주가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승계 1순위로 꼽히는 장선익 전무는 인적분할 공시 후 약 넉 달 만인 지난 2일 부친 장 회장으로부터 동국제강 20만주를 증여받아 1.37%로 지분을 늘렸다. 장 전무는 장 회장(13.62%)과 숙부 장세욱 부회장(9.43%)에 이어 3대 주주다. 회사가 지주사 체제 전환 소식을 발표한 날 장 전무는 상무 취임 2년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동국제강 인적분할 전후 사업 구조 [이미지출처=동국제강]

동국제강 인적분할 전후 사업 구조 [이미지출처=동국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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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는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그룹 성장동력을 가속하기 위해서 지주회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선 다른 시각으로 인적분할을 본다. 지주회사는 수년 전부터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 할인율이 50~60%인 절대 저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OCI와 동국제강 일반주주들은 “오너가(家) 승계작업의 희생양”이라고 반발한다. 현대백화점도 인적분할을 추진했지만 최근 임시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인적분할로 정지선 회장의 지배력은 강해지지만 소액주주 이익은 침해받는다고 반발한 주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2021년 상장기업 인적분할 144건을 대상으로 인적분할 전후 소유구조를 분석한 결과 인적분할 전 지배주주 지분율은 평균 27.01%였으나 지주회사 전환 후 존속법인 지분율은 45.89%로 거의 2배 늘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적분할 시 지배주주가 추가 출연 없이 신설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자사주 마법'은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라며 “지배력 강화 비용을 결국 외부주주가 지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배주주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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