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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이재명-이낙연, 의외의 공통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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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압도적 득표율…당원 몰표 경험
민주당 전대 기록 갈아 치운 정치 지도자
친명vs비명 갈등 기류, 양쪽 모두의 자충수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이재명-이낙연, 의외의 공통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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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를 되짚어볼 때 흥미로운 지점은 대중의 기억과 실제 결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5년 2월9일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 경선에 나섰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속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다.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정당이지만, 당 대표 문재인은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 도전했다. 당시 그의 상대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지만 2015년 당시만 해도 문재인-박지원 두 사람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이른바 ‘문모닝’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인 박지원은 자고 일어나면 ‘문재인 때리기’에 집중했다. 당시 전대 결과는 어땠을까. 정치인 문재인이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을 고려할 때 당연히 압승했을 것 같지만 실제 결과는 박빙이었다. ‘45.30% vs 41.78%’로 승패가 갈렸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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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당원과 일반당원 조사에서는 어떤 후보가 우세했을까. 정답은 박지원 후보였다. 권리당원 ARS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39.98%, 박지원 후보는 45.76%를 얻었다.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도 박지원 후보 44.31%, 문재인 후보 43.29%로 정치인 박지원의 우세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의 압도적인 지지 때문이었다. 당심은 박지원 후보를 선택했고, 민심은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 대표 득표율을 고려해보면 민주당 전대에서 60~70%대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민주당 대표를 뽑는 전대에서 60~70%대 득표율을 기록한 인물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2020년대에 벌어진 두 개의 사건이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득표율을 받았던 인물은 정치인 이낙연 그리고 정치인 이재명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전 후보가 2020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 참석, 행사장을 둘려보고 있다./사진=이낙연 캠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전 후보가 2020년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 참석, 행사장을 둘려보고 있다./사진=이낙연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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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낙연은 2020년 8월29일 민주당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60.77%라는 득표율을 올렸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박주민 의원 등 경쟁자의 면면도 쟁쟁했지만, 대의원, 권리당원, 국민여론조사, 당원여론조사 모두 정치인 이낙연의 압승이었다.


당시 이낙연 대표 체제의 면면도 흥미롭다. 비이재명계로 불리는 김종민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신동근 의원 등이 최고위원으로 입성했다. 지금은 민주당을 떠난 양향자 의원 역시 함께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또 한명의 최고위원은 노웅래 의원이었다.


불과 3년 전 민주당 지도 체제의 면면은 이러했다. 민주당 당심은 대표로 정치인 이낙연을 뽑았고, 1등 최고위원으로 정치인 김종민을 선택했다. 그렇게 민주당 당심은 정치인 이낙연과 김종민에게 무한한 애정을 이어갔을까.


이성에 관한 마음이 변하듯이 정치인에 관한 생각도 변하기 마련이다. 2023년 현재 민주당 주류 지지층들에게 정치인 이낙연과 김종민은 비판의 대상이다. 비이재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이재명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 사태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한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한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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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년 전 민주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정치인 이낙연의 정치적인 위상을 이어받은 인물은 정치인 이재명이다. 정치인 이재명은 민주당 당 대표 선거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2년 8월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무려 77.7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 대표가 됐다.


당시 전대는 이른바 팬덤 정치에 관한 논란과 대선 패배 그리고 지방선거 패배라는 각종 악재가 이어졌던 상황이었지만 민주당은 정치인 이재명에게 압도적인 힘을 몰아줬다.


1등 최고위원은 정청래 의원이 뽑혔고, 고민정 의원, 박찬대 의원, 서영교 의원, 장경태 의원 등이 최고위원으로 합류했다. 고민정 의원 정도를 제외한다면 친이재명계 색깔이 뚜렷한 전대 결과였다.


그렇게 이재명 대표 체제로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을 치를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의 체포동의안 제출과 국회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의 거대한 균열이 확인됐다. 당 지도부 생각과는 달리 이탈표가 30표 이상 무더기로 나왔다. 민주당의 내분은 겉으로는 잠잠한 것 같지만, 현실은 수습이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때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굳혔다가 경선에서 패배한 인물과 대선 후보로 선출돼 1% 이내의 박빙 승부 끝에 패배한 인물. 두 사람에게 지난 대선은 아쉬움의 기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021년 10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찻집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021년 10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찻집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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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이 정치적인 라이벌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치 운명 공동체라는 점이다. 이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다. 상대의 손을 잡지 못한다면 자기의 힘도 약해지는 상황.


두 사람은 민주당 전대 역사에 길이 남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재명-이낙연, 두 명의 정치인 모두 정치인생의 남은 목표는 대통령실의 새로운 주인이다. 한국 정치의 변화 속도를 고려하면 4년 남은 대선까지 수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상대의 힘을 빼놓으면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대선 방정식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르더라도 본선이 힘겨워질 수 있다. 친명 대 비명의 감정 골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 모두 대선의 꿈은 점점 멀어진다.


득표율 1% 이내로 대선 후보 운명이 갈린 지난 대선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당 ‘내부의 적’을 확장하는 작업은 결국 자기를 옥죄는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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