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43명 숨진 열차충돌 참사…장관 사퇴·시민 분노 확산

그리스 중부에서 열차 정면충돌 사고로 최소 43명이 숨진 가운데 시민들의 분노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있는 헬레닉 트레인 본사 앞에서 열차 사고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시위대는 그리스 철도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이 회사 건물에 돌을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또 그리스 제2의 도시인 테살로니키와 사고 현장 인근 도시인 라리사에서도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자정 직전 350명을 싣고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로 가던 여객열차는 테살로니키에서 라리사로 가던 화물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43명이 숨졌는데 희생자 대다수가 황금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20대 대학생으로 확인되면서 공분을 키웠다. 그리스 정부는 소방·경찰 인력과 크레인 등 중장비를 투입해 사고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교통부 장관은 사고 직후 사임했다. 카라만리스 장관은 "21세기에 맞지 않는 철도 시스템을 오랫동안 개선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리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여객열차를 잘못된 선로로 보낸 라리사 역장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이번 참사가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졌다며 당국이 라리사 역장을 희생양 삼아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2일 파업을 예고하며 “고통은 분노로 변했다”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규탄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2017년 유럽연합(EU)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며 추진한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헬레닉 트레인을 이탈리아 기업에 매각했다. 당초 그리스 정부는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철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