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기업문화" 中청년들 유학 열풍…美아닌 英으로

美 대학 대신 英 선호도 높아져

중국 현지에서 해외유학 열풍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에는 미국이 아닌 영국 대학이 유학생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매체 '계면신문'은 28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해외 유학 열풍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 매체는 2018년 미국 한 공립대를 졸업한 뒤 귀국해 중국의 공기업에 입사한 남성 A씨 사례를 소개했다.

A씨는 재무 분석가로 근무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곧 직장을 때려치우고 다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중국의 관료주의적 기업 문화와 잦은 야근, 높은 업무 강도가 주원인으로 꼽혔다.

A씨는 현재 미국의 유명 컴퓨터과학 석사 과정을 택해 공부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 등록한 외국 유학생 중 중국인이 가장 많다. 졸업 후 현지에서 취업하는 데도 유리하다"라고 전했다.

최근 해외 재취업을 노리고 서구권 대학 유학길에 오른 중국인 수는 재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유학 컨설팅 업체인 '허우런유학' 창업자는 계면신문에 "유학 가는 학생이 다시 늘고 있다. 현지 취업이 유리한 컴퓨터, 데이터 등 이공계 학과를 선호한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인 유학생 /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미국 대학이 아닌 영국 대학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유학 컨설팅 업체 '신둥팡'이 2020년 발간한 '중국 유학 백서'에 따르면, 이 해에 영국 대학은 미국을 제치고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 자리를 차지했다.

2021년 9월 기준 영국의 중국 유학생 비자 발급 건수는 13만5500건을 기록, 전년 대비 무려 157% 급증하기도 했다. 미국의 높은 유학 비용, 교육의 질, 미·중 긴장으로 인한 관계 경색 등이 유학생의 선호도 변화에 영향을 준 요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갈등 이후 영국 대학이 반사 수혜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영 일간지 '더 타임스'는 미국과 중국 간 통상 외교 분야 마찰이 빈번해진 뒤 영국 대학에 입학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1년간 약 30.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학에 가는 중국인 유학생 중 일부가 대신 영국행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영국 공영 매체 'BBC' 또한 최근 중국 유학생의 '영국 유학 열풍'을 조명하기도 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글래스고 대학에서 공부 중인 한 여학생은 BBC에 "중국 대학과 비교해 개인의 의견을 좀 더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다"며 "공장에서 조립되는 제품처럼 획일화된 인간이 될 필요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