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관심, 재인쇄·언론사 인터뷰 쇄도
챗GPT 작가 출간…새로운 시도에 오정보 우려도
폭넓은 아이디어 제공 등 장점 더 많을수도

“인생은 뚜렷한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다. (…) 좋은 소식은 인생의 목적을 발견할 수 있는 많은 길들이 있다는 것이고 시작하기에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이다.” - 챗GPT가 쓴 프롤로그


“이 책이 당신이 삶의 목적을 찾고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여러분의 가치와 목표에 충실함으로써, 여러분은 의미 있고, 성취감 있고, 여러분의 진정한 자아와 일치하는 삶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챗GPT가 쓴 에필로그

챗GPT가 쓴 책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에 담긴 글이다. AI(인공지능) 작가는 책을 열어젖힌 인간 독자에게 인생, 더 나아가 삶의 목적을 이야기한다. 조언은 제목처럼 무려 45가지에 달한다.


접속이 차단되지 않는 한 영생하며 다양한 삶을 포괄하는 AI가 짧지만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전하는 인생 이야기. 이런 이색적인 상상을 실현에 옮긴 이는 누구일까. 그건 바로 스노폭스북스의 서진 대표다. 스노폭스북스는 재미교포 김승호 회장(책 ‘돈의속성’ 저자)이 이끄는 스노폭스그룹의 한국 계열사다. 마케터로 시작해 편집자로 활동하다가 2만5000명 기반의 독자로 유례없는 서평 기반의 마케팅 회사를 운영했으며, 지금은 스노폭스북스 대표로 18년째 출판계에 몸담은 서진 대표는 순수한 궁금증으로 챗GPT의 책을 기획했다고 말한다. ‘정보를 규합해 자연스럽게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전문성 있는 저자보다 뛰어난 글을 쓸 수 있을까’, ‘표지 디자인도 스스로 만들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그를 도전에 나서게 했다.

AI는 서 대표가 건넨 영문 기획안을 토대로 스스로 글을 쓰고, 교열·교정을 하고, 표지를 정했다. 인간 기획자는 구어체를 문어체로 통일하는 등의 극히 제한적인 교정만 진행했다. 38시간 만에 최종 원고가 나왔고, 7일 만에 실물 도서 판매 준비가 끝났다. 시중 서점에 배포된 지 이틀 후인 지난 24일 서진 대표에게 저자 챗GPT가 쓴 책에 관해 물었다.

서진 스노폭스북스 대표.

서진 스노폭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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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출간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22일 책이 출간됐는데, 반응은 어떠한지.

▲50여개 언론사에서 기사로 다뤘고, 다수의 지상파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는 상황이다. 책은 22일 출간돼 각 유통사 선 주문이 초판(1쇄)을 넘겼다. 현재 2쇄 4000부(24일 오후 기준)를 재인쇄 중이다. 중국의 여러 에이전시에서도 판권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다만 애초에 업계 관계자나 관련 종사자들이 볼 것으로 예상하고 만든 것이라, 별도의 마케팅을 벌이지는 않을 예정이다.


- 챗GPT를 저자 삼아 책을 냈다. 단행본 출간은 세계적으로 새로운 시도라고 들었다.

▲‘해 봐야 한다’라는 생각이 컸다. 또한 AI가 우리 곁에 이렇게 가까이 와 있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역량이 필요한 세상에 있게 될 것인가에 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답이 필요했다. 새롭게 오픈되는 다양한 AI가 우리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일 것인지 현주소도 확실히 보고 싶었다. 책이라는 전문성으로 뭉친 작업자를 AI로 대체해서도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일지 시도하자는 생각에 프로젝트 지휘자로 나섰다. 책 작업을 시작할 때는 챗GPT가 논문 공저자로 참가한 정도만 확인됐는데, 책을 낸 이후 검색해보니 해외에서 단독 저자로 등록된 경우가 몇 건 있더라. 다만 인간 기획자 한명을 제외하고 모든 작업자를 AI가 대체한 사례는 이 책이 유일하다.


- 본래 가지고 있던 기획안을 챗GPT에 제시해 집필을 이끌었다고 들었다.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단순 정보나 데이터 기반이 아닌, 사람을 감동시키고 감정이입까지 가능한지를 엿볼 수 있는 자기계발 기획안을 제시했다. 챗GPT가 목차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약간의 수정을 거쳐 AI 번역기를 통해 번역을 했다. 번역을 정확히 했는지 사람이 검수했고 그렇게 나온 영문 질문을 챗GPT에 넣었다. 챗GPT에게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쓰고 있다면서, 각 장의 주제를 밝히고 서문을 요청했다. 본문 역시 각 장의 주제와 목차 텍스트를 넣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좋은 글을 얻기 위해 챗GPT에 반복 질문하지는 않았다. 기획자는 오역이나 내용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검수에만 참여했다. 일체의 수정이나 삭제는 하지 않았다.


- 챕터별로 5000자 분량을 기대했으나 3000자만 가능했다고. 그마저도 영문으로 했을 때 이야기고, 한국어 결과는 1000자에 불과했다던데.

▲종이책에서 하나의 목차 안에서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기 위한 분량은 3~5000자 정도다. 다만 이번 작업에서 챗GPT는 3000자 내외의 글만을 생성했다. 원하는 분량을 생성하지 못해 깊이 있는 독서가 되기에는 부족함을 보였다.


- 집필, 표지, 교정·교열 작업 모두를 AI가 맡았다. 이 작업에 30시간이 걸렸고, 실물 도서가 나오는 데 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지난 14, 15일 이틀간 원고를 생성했고 16일 오역이나 오류에 해당하는 검수를 진행했다. 17일 인쇄를 시작해 21일 저희 물류에 책이 입고됐다. 배본은 22일부터 이뤄져 (23일 오전 기준으로) 2쇄가 인쇄 중이다.


- 오정보를 표출하거나, 저작권 침해 우려가 존재한다.

▲우리 사회는 (챗GPT가 글을 쓰는) 현재의 상황에 처음 놓였다. 10년 전만 해도 저작권에 관한 개인의 인식 수준은 매우 낮았지만, 지금은 인식 수준이 높아졌고 잘 자리 잡았다. 마찬가지로 저작권에 관한 기준이나 법령, 사회 인식이나 원칙들은 법 조항부터 각 이익 집단과 권위 있는 단체들 각각의 여러 요소 속에서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본다. 각 개인이 AI를 활용함에 있어 (출처를) 숨기거나 자기 것으로 취하지 않고 그 인용과 사용 범위를 알리는 태도가 안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챗GPT 저자의 등장이 출판계에 일으킬 변화를 어떻게 예측하나.

▲출판계 전체적으로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저자에게 폭넓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고 집필 방향이나 내용 수준을 높여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인력이 부족한 1인 출판사에는 기획이나 그 밖에 단순 번역 등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타 확인이나 단순 교정을 에디터의 영역으로 삼아온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AI에게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챗GPT에 의존한 기획이나 챗GPT를 제1저자 혹은 단독 저자로 내세우는 책은 지속적인 독자 선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본다.

[책으로 만난 사람]AI 저자 출현, 출판계 큰 변화…인간 역할 축소되지는 않을 것 원본보기 아이콘

- 인간 저자, 인간 편집자의 역할은 점차 축소될까.

▲인간 저자 역할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잠시 시장에 혼재되는 상황은 있겠으나 저자 고유 영역은 오히려 더 발전하고 단단한 결과물을 내놓게 될 거라 생각한다. 출판사의 원고 선택 기준이 까다로워지면 대중에게 전할 것(메시지)이 분명한 저자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선별된 책이 출간될수록 독자에게 책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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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 저자의 후속작도 고민하고 있는지.

▲단독저서가 됐든, 공저가 됐든 챗GPT가 쓴 다른 책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더 좋은 새로운 기획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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