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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잡는 심리분석]①전주환 등 강력범에 활용…"96%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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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적 심리학 정보 제공… 첨단 기술 집약체
‘동거녀 살해’ 이기영 사건 등 강력 사건 실마리 제공

살인·방화 등 주요 강력 사건이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학수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고도화된 과학수사는 살인과 방화를 저지를 때 사용한 도구 등 명확한 범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피의자 진술의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범인잡는 심리분석]①전주환 등 강력범에 활용…"96%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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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검 통합심리분석(심리생리검사·뇌파검사·행동분석·임상심리검사)을 실제 수사에 활용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조사가 감소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통합심리분석을 수사에 활용한 횟수는 매년 60건을 넘어섰다. ‘거짓말탐지기’로 불리는 심리생리검사가 활용된 것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천 건에 달할 정도다.

통합심리분석은 심리생리검사, 뇌파검사, 행동분석, 임상심리평가 중 2개 이상의 심리분석 기법을 적용하고 이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제시해 분석 결과의 오류율을 낮춰 다차원적인 심리학적 정보를 제공하는 기법이다.


대검 심리분석실은 각 검찰청으로부터 의뢰받아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피의자의 인지적·성격적 특성, 사이코패스 여부, 재범 위험성 등을 확인해 수사와 공판단계에서 객관적인 양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이기영, 신당역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등이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사이코패스 또는 폭력 범죄 재범 위험성이 밝혀진 대표적인 사례다.


방철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장(왼쪽)이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서 허경준 기자를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실험을 시연하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방철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장(왼쪽)이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서 허경준 기자를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실험을 시연하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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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검찰청, ‘거짓말탐지기’ 구비… 허위 진술 안 통해

검찰은 25개 검찰청에 거짓말탐지기를 마련해 실제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폴리그래프 협회(APA)에서 인증받은 전문 검사관만 23명에 이른다.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법정에서 직접 증거로 인정되지 않지만, 미국 폴리그래프 협회에 보고된 임상 결과로는 정확도가 90% 수준이다. 실제 형사사건의 실무 데이터를 기초로 한 현장 연구에서는 96%의 정확성을 기록했다.

거짓말탐지기는 거짓말에 따른 자율신경계 반응(호흡, 혈압, 맥박, 피부전기반응 등)의 변화를 심리생리검사기에 의해 측정한 후 진술의 진위 여부를 추론하는 기법이다. 거짓말탐지기는 아동학대, 성폭력 등 물적 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


뚜렷한 물적 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를 통해 자백받거나 증거로 채택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검찰은 피의자가 이웃집의 장애인 모녀를 강간한 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를 통해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의 진술이 거짓임을 밝혀냈고, 이 진술은 법원에서 유죄의 증거로 채택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강간 사건의 직접 증거는 피해자 진술밖에 없는데, 피해자가 장애인이다 보니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졌다"며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피의자를) 기소하기 힘들어서 거짓말탐지기를 했는데 진술이 모두 거짓말 반응이 나왔고, 간접 증거밖에 없는 상황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근거로 기소를 했는데 중형을 선고받았다"고 설명했다.

◆檢 ‘통합심리분석’ 주요 사건 스모킹건 제공

대검 심리분석실은 2006년 심리생리검사, 뇌파분석, 행동분석, 진술분석 등 다양한 심리분석 기법을 하나로 종합한 통합심리분석 기법을 개발했다. 이후 강력 사건 피의자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다차원적인 심리학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검 심리분석관들은 사건관계인의 진술의 진위 여부와 심리·성격적 특성 등을 규명해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한다. 범죄 현장에 남겨진 증거들을 토대로 범죄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수사망을 좁히는 역할을 하는 경찰 프로파일러들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강력 사건에서 통합심리분석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대검 심리분석실은 내연남의 아내에게 청산가리를 탄 소주를 마시게 해 살해한 사건에서 임상심리평가를 통해 피의자가 연극적 성향이 강해 욕구좌절 시 분노가 폭발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고, 법원은 분석관의 법정 증언을 증거로 채택해 징역 25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또 동거녀인 피해자와 다투던 중 흉기로 피해자의 옆구리를 찔러 살해한 사건에서는 통합심리분석을 활용해 "사건 당시 동거녀를 칼로 찌른 기억이 없다"는 피의자의 진술이 거짓임을 규명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아직 통합심리분석결과의 증거능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하급심 법원에서는 유죄의 인정 증거로 채택하거나 판결문에 분석 결과를 설시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방철 대검 심리분석실장은 "통합심리분석은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며 "최근 발생하는 강력 사건에서는 대부분 통합심리분석이 활용되고 있는데 검사에 들어가기 전 기록을 검토하기는 하지만, 수사 방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와 감정은 철저히 분리해 검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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