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금융이란 지적도
은행연합회장 “은행이 복지는 아냐”
[아시아경제 권현지 기자] 은행권이 향후 3년간 취약계층 등을 위해 ‘10조원+?’를 지원하겠단 청사진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 등이 연일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수익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서다. 은행권이 고금리의 효과를 누린 만큼 차제에 사회공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금융사가 엄연한 민간기업인데도 “옆구리 찔러 절 받기”를 한 것이 아니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같은날 열린 제13차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금융분야 대책으로 은행권의 자율적인 출연을 통한 취약계층 지원을 추진키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을 활용한 저소득·저신용자 지원(3조원), 금융소외 중소기업 특례보증을 위한 추가 출연(3조원), 기타 은행권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4조원) 방안 등으로 3년간 10조원 이상을 지원한단 계획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는 (은행권이 사회공헌 사업에) 비교적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외부의 시각은 굉장히 다른 부분도 있고 우리가 놓친 부분도 있다”면서 “단순한 기금 출연보다는 취약계층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은행권이 발 빠르게 나선 것은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은행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한껏 확대된 반면, 금융권의 고액 성과급·희망퇴직금 등 문제가 부각되면서 은행권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압박한 데 이어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맞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과 함께 상생하는 노력은 부족하다”면서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당국은 이와 함께 이달 중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근본적 구조개선에 나선단 방침이다.
TF에선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개선 방안, 성과·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의 주요 과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 중 TF를 구성·출범시킨 후 논의를 거쳐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한단 구상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이같은 압박이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보상체계는 노사 협상에 따른 것인 만큼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고, 사회공헌 활동 또한 민간기업의 경영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적 의도가 아니냔 해석도 내놓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 복합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이미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 왔고, 연초부터 나름의 사회 환원책도 실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관치라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들)가 얼마나 (사회공헌사업에) 진실성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반성하는 차원에서 외부 의견을 받아보겠다”면서도 “은행이 복지는 아니다. 영업하는 원리를 이용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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