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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쇼크웨이브]②팀 쿡이 숨겨온 결정적 한방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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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이 내놓은 야심작 A11 바이오닉 칩
디자인보다 성능에 방점 찍으며 질주

편집자주[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애플 쇼크웨이브]②팀 쿡이 숨겨온 결정적 한방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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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2017년 9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유산인 신사옥 '애플파크'. 창업자 잡스의 이름을 붙인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이곳에서의 첫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가 막을 올렸다. 보통 행사가 아니었다. 아이폰 출시 10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연단에 섰다. 쿡이 잡스의 자리를 물려받은 후 이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 적은 많지 않았다. 쿡이 서 있는 연단 뒤 스크린에 잡스의 얼굴이 비쳤다. 잡스에 대한 경의를 표한 쿡은 이어 아이폰 발표 1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들'을 소개했다. 아이폰8에 이어 쿡이 "한 가지 더(one more thing)"라고 말했다. 아이폰X였다. 아이폰X가 화면에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쿡에 이어 마케팅 임원인 필 실러 당시 수석 부사장이 아이폰8과 아이폰X에 사용된 A11 바이오닉 칩을 연이어 강조한다. 이어 A11의 성능을 자랑하는 결과물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예상을 뛰어넘은 성능 수치에 객석이 술렁인다.


이어 아이폰X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비디오가 상영된다. 영상의 내래이션은 최고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의 목소리였다.


아이브는 손으로 누르는 홈버튼이 없는 첫 아이폰의 디자인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카메라와 A11의 우수성을 말했다. 어딘지 어색하다. 디자이너가 성능을 말하다니. 아이폰X는 아이브와 잡스가 함께 만든 아이폰 출시 10년을 기념하는 제품이다. 아이브가 디자인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을지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애플 제품의 아름다움이 아닌 성능을 강조하는 아이브의 목소리는 이전 아이폰 발표 때와는 달랐다. 힘찬 쿡의 목소리와 달리 힘이 빠져 보였다.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 옆에 앉아 발표를 바라보던 아이브의 얼굴도 어두웠다.

그럴 만했다. 아이폰X는 아이폰 등장 후 가장 획기적인 디자인 변화를 담았다. 홈버튼이 사라지면서 전화기 전체를 꽉 채운 화면이 두드러졌다. 부드러운 곡선과 스테인리스 스틸 마감은 지금 봐도 흠잡기 어렵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아이폰X를 사용하고 디자인을 높게 평가한다. 이후 아이폰의 디자인은 어떨까. 큰 진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폰X의 디자인은 XR과 XS를 거쳐 아이폰11까지 사용됐다. 11에서도 달라진 것은 인덕션이라는 평을 받은 카메라 정도였다. 아이폰12 이후 14까지는 아이폰5의 디자인을 재활용하고 재해석했다. 이런 디자인은 '디자인의 애플'이라는 오랜 평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이브 아이폰'의 핵심은 디자인 변화였지만 애플의 방침은 다른 곳에 찍혀있었던 셈이다. 쿡이 선택한 핵심은 반도체였다.


뉴욕타임스의 기자인 트립 미클은 저서 '스티브 이후(After Steve)'에서 당시 아이브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이브는 잡스가 1999년 애플에 복귀하기 직전 경영진들이 컴퓨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보다는 얼마나 강력한 칩을 사용했는지에만 주력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는 디자인이 아니라 성능만 강조하다 위기에 빠진 애플을 아이브가 떠나려고 하던 때다. 아이브는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 디자인을 중시하던 그와 뜻을 함께하며 아이맥, 아이팟, 맥북에어, 아이폰을 연이어 선보인다. 모두가 새로운 애플 제품의 디자인에 감탄했다. 그런데 불과 20여년 만에 애플은 디자인을 강조하던 회사에서 반도체 칩의 성능을 강조하는 회사로 바뀌고 있었다. 디자이너가 공학을 강조하고 있었다.

아이폰X

아이폰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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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아이브는 애플을 떠났다. 잡스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었던 아이브의 사직을 공개하던 날 애플 주가는 1%가 빠졌다. 그뿐이었다. 이후 애플 주가는 파죽지세로 상승했으니 디자인보다 성능이라는 쿡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A11 바이오닉 칩의 등장은 쿡이 숨겨온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애플이 공개한 A11의 성능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삼성은 물론 퀄컴, 인텔 등 전문 반도체 회사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수준이었다. 비슷한 시기 판매되던 삼성 갤럭시S8은 물론 애플 맥북 노트북에 사용된 인텔 '코어i5' 칩도 추월하는 성능이었다. 반도체 업계의 거함 인텔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장면이다. 불과 1년 만의 변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과는 경쟁사가 단기간 내 추격이 어려울 정도였다. 그야말로 '립 어헤드(leap ahead)였다(립 어헤드는 2006년 CPU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인텔이 기술 주도권을 내놓지 않겠다며 선보인 홍보 문구다).


스마트폰 디자인은 예뻐도 삼성 갤럭시S보다 성능이 뒤진다는 아이폰에 대한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이제 누구도 아이폰의 성능에 딴지를 걸 수 없었다. 디자인 대신 반도체를 선택한 쿡의 결정은 옳았다. 그만큼 아이폰8과 아이폰X, A11은 애플 실리콘 역사에서 손꼽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아이폰은 어떤 기기보다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다음 10년의 길을 만들 제품을 소개한다."


아이폰 10주년 행사에서 쿡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아이폰X 발표 후 6년이 지났다. 6년간 쿡은 약속을 지켜왔다. 반도체를 앞세워 10년간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과를 낼 것이라는 쿡이 제시한 시간표는 이제 4년이 남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조니 아이브(왼쪽) 최고디자인 책임자가 함께 아이폰X를 들어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조니 아이브(왼쪽) 최고디자인 책임자가 함께 아이폰X를 들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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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잡스의 작품이다. 잡스는 아이폰을 처음 공개하며 "애플이 오늘 휴대폰을 재발명(reinvent)한다”고 했다. 그런데 애플은 불과 3~4년 만에 위기감에 빠졌다. 삼성 때문이다. 삼성은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사용한 '옴니아' 스마트폰의 대실패를 경험했지만 이내 애플을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한다.


갤럭시S3의 출시는 삼성이 애플을 추월할 수 있다는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애플과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경쟁을 다룬 2012년 9월 테크크런치 보도를 살펴보자. 테크크런치는 갤럭시S3가 판매 100일 만에 2000만대를 판매했다면서 삼성이 노키아를 제치고 애플을 급격히 추격했다고 전했다. 조약돌의 모습을 차용했다는 갤럭시S의 디자인은 물론 기기 자체의 성능도 좋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5까지 출격했음에도 삼성의 추격을 걱정하는 처지였다. '안테나 게이트'도 있었고 애플 지도 먹통 사태도 있었다. 아이폰의 심장인 AP의 성능은 여전히 기대 이하였다.


심지어 애플은 반도체는 삼성에 의존했다. 애플은 처음 아이폰부터 삼성이 설계한 AP를 썼다. 왜 삼성이었을까. 애플이 아이폰에 칩을 공급할 기회를 처음 준 곳은 인텔이었다. 추후 다루겠지만 인텔은 이 세기의 거래를 포기했다. 아이폰이라는 '로켓'을 탈 티켓을 받았는데 탑승을 거부한 결과는 지금껏 인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은 삼성에게 넘어왔다. 애플은 아이팟용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통해 거래를 튼 삼성의 AP를 썼다. 애플은 첫 아이폰과 아이폰3GS까지 삼성이 설계하고 제작한 칩을 사용했다.


애플이 설계한 첫 칩인 A4는 아이폰4에 들어갔다. A4는 애플이 설계하고 삼성 파운드리에서 제작했다. 애플과 삼성의 협력이 아이폰을 탄생한 배경이었던 셈이다.


<여기서 잠깐>

안테나 게이트란?: 아이폰4 출시 직후 많은 소비자가 전화기의 안테나가 겨우 한 칸만 뜬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전화기의 왼쪽 아래를 잡으면 실제로 통화가 잘 안 됐다. 잡스는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전화기를 잡는 방법이 잘못됐다고 억지를 부렸다. 잡스 특유의 현실 왜곡의 장이 소비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예다. 애플은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겠다면 범퍼 케이스를 지급했다.


애플 지도 사태란?: 애플이 구글 지도와 경쟁하기 위해 만든 지도 애플리케이션이다. 아이폰의 아버지라 불리던 스콧 포탈이 주도해 만들었다. 자신만만한 포탈은 주변의 우려에도 지도 공개를 강행했다. 결과는 대혼란이었다. 서비스 개시 직후 엉뚱한 곳으로 길 안내를 받았다는 불만이 폭주했다. 포탈은 끝까지 고객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쿡은 이를 계기로 자신의 자리를 가장 강력하게 위협하던 포탈을 해임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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