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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는 카카오”…에스엠 사내 변호사, 전 직원에게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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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관련 논란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주장
대주주 뜻에 반한 현 경영진 등 싸잡아 비난

“적대적 M&A는 카카오”…에스엠 사내 변호사, 전 직원에게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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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사내 변호사인 조병규 부사장이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지 하이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회사로부터 3월1일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조 부사장은 13일 에스엠 경영권 분쟁 관련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따진 내용을 이메일로 공유했다. '계약기간 종료 후 로열티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선생님(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오래된 생각이었다'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수만씨의 입장을 읽어볼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조 부사장은 이메일에서 '경영학적 의미'와 '상법·자본시장법'에서 정의하는 경영권을 구분해야 현재의 갈등 상황이 명쾌하게 보인다고 강조했다. 경영학적 의미에서 경영권이란 대표이사의 권한을 말한다. 이는 인사권, 조직 구성, 보상 체계 권한 등으로 요약된다. 상법·자본시장법에서 정의하는 경영권은 '대주주'를 가리킨다.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대표이사·경영진(경영학적 의미)와 대주주(법률상 경영권)가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에스엠의 경우 경영학적 의미의 현 경영진(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과 상법·자본시장법상 의미의 경영진(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데다, 사모펀드와 엔터테인먼트 기업까지 개입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조 부사장은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과 같이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뜻을 달리하는 경우 그 인수합병이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는 대주주를 기준으로 가릴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를 구성하는 권한은 주주로 구성된 주주총회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부사장은 "지금 적대적 M&를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라며 "오히려 하이브는 우호적 M&A를 진행하는 것이고, 대주주의 뜻에 반해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현재 에스엠의 갈등 상황에 대새 지난해 나온 제안주주(얼라인파트너스)의 감사 추천, 그에 따라 선임된 감사의 취임과 활동 등은 "주주(얼라인)와 대주주(이수만) 사이의 분쟁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1월20일 얼라인파트너스와 현 경영진의 합의 이후에는 '얼라인+현 경영진' 대 '대주주(이수만)'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조 부사장은 "1% 남짓 지분을 가진 얼라인이라는 주주와 0.3%를 가진 현 경영진이라는 주주가 18%를 가진 이 전 총괄 프로듀서 주주와 회사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차기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 입장이 충돌한 것"이라며 법률상 '경영권'을 두고 다툰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조 부사장은 현 경영진이 하이브를 향해 '적대적 M&A'라며 반대성명을 내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적대적 M&A란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고, 경영진의 협조 없이, 비우호적으로 이루어지는 인수합병'을 뜻한다"라며 "여기에서 '경영진'이란 상법·자본시장법에서 다루는 경영권을 행사하는 현재의 대주주와 우호세력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9%) 취득 배경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 대표이사와 이사회 멤버의 지분은 0.3%이고, 얼라인파트너스의 지분은 1% 남짓"이라며 "양측의 지분을 다 모아 봐야 2% 안팎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현 경영진에게 필요한 것은 당연히 자기를 지지해 줄 큰 지분을 가진 주주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의 실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조 부사장이 사내에 공유한 이메일 전문


임직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General Counsel (사내 변호사) 조병규입니다.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최근 우리 회사와 관련한 상황을 설명드리고자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최근 상황과 관련하여 법률적인 설명이 필요한 이야기들이 많아 제가 풀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경영권 분쟁과 적대적 M&A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영권 분쟁이란? "경영권"이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대표이사의 역할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임직원 임명권, 조직구성권, 회사가 돈을 잘 벌 수 있도록 이끄는 행정 제반에 관한 권한, 그리고 임직원들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권한 등이 그것인데, 이와 같은 경영권은 경영학적 의미입니다.


그런데 ”경영권 분쟁에서의 경영권”은 의미가 다릅니다.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에서 다루는 경영권이란, 이런 경영학적인 경영권이 아니라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를 선임하여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능을 말합니다. 보통의 경우, 1대 주주에 대응하기 위하여 2대 주주와 3대 주주가 연합을 한다, 이런 상황을 보통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고 하지요.


그러면 우리 회사를 둘러싼 상황은 경영권 분쟁 상황일까요, 아닐까요? (1) 작년부터 있어 왔던 제안주주(얼라인파트너스)의 감사 추천, 그로 인하여 선임된 감사의 취임과 활동, 이런 것들은 얼라인이라는 주주와 선생님이라는 대주주 사이의 분쟁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 1월 20일에 있었던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합의 이후에는 얼라인 + 현 경영진 vs 선생님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있는 상황이지요. 1% 남짓 지분을 가진 얼라인이라는 주주와 0.3%를 가진 현 경영진이라는 주주가 18%를 가진 선생님이라는 주주와 회사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차기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 입장이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3) 2월 7일에 카카오와 에스엠이 사업협력 협약을 맺고 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카오가 9%의 지분을 가지면서 얼라인과 현 경영진 편에 서게 된 것도, (4) 하이브가 선생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통해 40%에 육박하는 지분을 취득하겠다고 나선 것도 모두 경영권 분쟁의 상황인 것입니다.


적대적 M&A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2월 10일자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와 센터장 이상 직급자 성명문에서 반대한 “적대적 M&A”란 무엇일까요. 공동대표는 에스엠에 현금자산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여 무려 9%의 지분을 카카오가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게 했으면서, 하이브가 선생님의 주식을 사고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왜 ‘적대적 M&A”라며 반대성명까지 내었을까요?


적대적 M&A란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고, 경영진의 협조 없이, 비우호적으로 이루어지는 인수합병”을 뜻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경영진”이란, 현재의 공동대표와 같은 대표이사와 이사회가 아닙니다. 위에서 설명한 상법/자본시장법에서 다루는 경영권을 행사하는 현재의 대주주와 우호세력을 뜻하는 것이지요.


일반적인 경우에는, 회사의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대주주의 뜻에 따라 선임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경영진”이라고 통칭하는 것이고, 현재의 상황과 같이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뜻을 달리하는 경우 그 인수합병이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는 대주주를 기준으로 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권한은 주주로 구성된 주주총회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 적대적 M&를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인 것이지 하이브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이브는 우호적 M&A를 진행하는 것이며, 대주주의 뜻에 반하여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인 것입니다. 이제 개념의 정리가 끝났으니, 그동안에 일어난 일을 해석하고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성수 대표는 왜 마음이 바뀌었을까요?

카카오가 에스엠의 지분 9%를 취득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현 대표이사와 이사회 멤버의 지분은 0.3%라고 합니다. 그리고 얼라인의 지분은 1% 남짓이라고 하지요. 그러면 1월 20일자 합의를 했던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지분은 다 모아 봐야 2% 안팎일 겁니다. 그렇다면 현 경영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네. 맞습니다. 당연히 자기를 지지해 줄 큰 지분을 가진 주주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의 실체입니다.


작년 주총 직후, 이성수 대표는 제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성수 대표는 선생님 지분을 처분하는 데 반대하며, 특히 카카오가 선생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더더욱 반대한다고. 그런데 올해 1월에는 선생님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뒤, 에스엠의 발전을 위해서라면서 카카오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이사회 결의를 합니다. 그러자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이 딜이 카카오 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에스엠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평가합니다. M&A 사상 전대미문의,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고도 평가합니다.


대체 이성수 대표는 작년과 올해 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을까요? 작년에는 반대했던 인수의향자를 올해에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올려 놓는 거래를 왜 했을까요? 올해 3월 27일에 만료되는 자신의 연임 문제, 자신이 얻을 경제적, 사회적 이득에 대한 계산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신주발행/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란? 여기에서 선생님께서 내신 신주발행/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서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법원의 일관된 입장, 즉 판례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본다, 인위적인 지분변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즉 주주들끼리 싸울 때 회사는 중립을 지키고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지요.


회사의 경영권, 즉 상법과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이사선임권과 이사회 구성에 관한 권능을 놓고 주주들이 싸우는데, 회사가 어느 한쪽 편을 들면 될까요 안될까요?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주식회사의 주인은 회장, 사장이 아니라 주주입니다. 이 당과 저 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싸우는데, 정권이, 정부가, 국가기관이 어느 한 편을 들면 될까요 안될까요. 당연히 안됩니다. 대주주와 얼라인 + 현 경영진이 회사의 차기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데, 회사가 덜컥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편을 들고 있는, 또 어쩌면 이미 같은 편에 섰을지도 모르는 카카오에게 신주발행/전환사채발행의 방식으로 지분을 늘려준다? 이것은 정부가 선거에 개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행동주의를 빙자한 이익추구 펀드!

그럼 얼라인은 이걸 왜 찬성했을까요? 회사를 위해서? 에스엠의 미래를 위해서? 얼라인은 기본적으로 펀드입니다. 펀드는 돈을 버는 게 목표이지요. 자기 돈도 아니고, 투자 받은 돈입니다. 펀드는 어디에든 투자를 했다가 이익실현이 되면 팔고 나가는 엑시트, 현금화가 목표인 비즈니스입니다. 얼라인은 자신들의 이익실현을 최대화 하기 위해서는 현 경영진이 유임되고, 카카오가 대주주로 들어오는 것이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고 보았을 것입니다. 심지어 얼라인 대표인 이창환씨가 자기 자신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셀프 지명하여 “경영권(이사선임권 또는 이사회 구성권한)”을 가지려고 한 것은, 그것을 내세워 얼라인이 가진 에스엠의 주식을 비싸게 파는데 도움이 된다 기대했기 때문이겠지요.


카카오는 왜 무리를 했을까요?

카카오는 오랫동안 선생님의 주식 지분을 사기 위해 애를 써왔습니다. 구애를 한 것이지요. 그런데 카카오는 왜 얼라인과 현 경영진 편에 섰을까요? 카카오도 역시 ‘돈’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기회’라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신주발행/전환사채발행이라는 방법을 쓰면 작년에 선생님 지분 거래 때 논의되던 돈보다 훨씬 더 적은 2천억원 안팎의 돈으로, 1주당 불과 9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9%의 주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일단 주당 가격을 싸게 해서 9%까지 사 놓고, 이사회에 참여한 뒤 차츰차츰 지분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얼라인, 에스엠의 현경영진과 손을 잡으면, 주식을 일단 싸게 살 수 있고, 힘을 합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고, 그러고 난 후에 대주주로 올라간다는 전략이지요. 창업자이고 대주주인 사람의 주식을 이런 식의 야합을 통해 희석시키고, 그렇게 하여 제1대 주주를 변경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M&A업계에서는 이것을 전대미문의 적대적 M&A라고까지 말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대주주로서 에스엠의 신주발행, 전환사채 발행에 문제가 있다는 소송을 제기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카카오/얼라인/현 경영진의 야합을 밝히기 위해서 제가 앞에서 쓴 복잡한 히스토리를 모두 법정에서 밝혀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왜냐하면, 얼라인이 나서서 입증을 하고 있거든요.


이권 챙기려고 모인 카카오, 얼라인, 현 경영진

얼라인은 언론에 나와 "하이브의 등장은 반대하는데, 카카오와 에스엠의 사업협력은 동의하고 지지한다" 하더라고요. 왜일까요? 펀드라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것을 지지해야지요. 그동안 에스엠의 이런 저런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얼라인이 내세웠던 명분은 주주가치잖아요? 회사가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니까 요구한다였어요. 그게 행동주의라면서요. 그런데 얼라인은 하이브의 12만원 공개매수는 저가라서 반대한다더군요. 그러면서 카카오가 9만원에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받는 것은 찬성한다네요.


여기에서 잠시! 이번에 선생님이 하이브와 한 계약을 보면, 선생님의 주식가격과 공개매수 주식 가격을 같은 값으로 정하셨어요. 이것도 한국 M&A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대주주로서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을 하나도 받지 않고, 주주들에게 그 혜택이 가도록 하신 것입니다. 개인이 볼 수 있는 이득 수천억을 포기하여 주주들이 받을 기회를 만들어 주신 거지요. 카카오가 9만원으로 ‘후려친 가격’을 선생님은 12만원에 모든 주주들이 매도할 수 있게 해 주신 거에요. 그렇다면 진짜 소액주주들과 함께 한 사람이 얼라인일까요, 선생님일까요?


얼라인의 발언들은 참 이상합니다.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던 얼라인은 하이브의 12만원이 저가라서 반대한다면, 주당 9만원인 카카오의 인수에 대해서는 더 반대해야 옳은 것 아닐까요? 더욱이 작년 3월에는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는 반대한다더니, 올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발행은 찬성한다고 합니다. 왜요? 1년 사이에 주주가치에 대한 얼라인의 입장이 바뀌었나요?


이러한 얼라인의 이중적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입니다. 진정한 주주가치보다, 현재 에스엠에 대해 행사하는 "자신의 영향력이 온존한가, 계속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지금 얼라인의 모습은 행동주의 펀드의 행동이 아닙니다. 경영권 펀드의 모습이지요. 경영권을 취득하고 행사해서 자신의 가치를 올려 다시 파는 그런 펀드요.


선생님의 입장은?

그러면 그동안 선생님의 입장은 무엇이었는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뜻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내 변호사이자 이런 문제들을 다루면서 쭉 지켜보아 왔던 사람으로서 선생님의 판단과 말씀들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얼라인의 요구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선생님은 그동안 경영일선에 관여를 하지 않아 왔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은 경영은 경영진에게 맡기고, 본인은 프로듀싱과 메타버스의 세계에만 온 집중을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경영을 직접 맡으셨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왜 처조카를, 측근을 이사로 내세워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느냐는 논란은 없었을 테니까요.


현 경영진으로부터 얼라인이 요구한 개선사항을 들었을 때, 선생님은 대주주로서 대부분 받아들이는 거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셨다고 합니다. 나아가 현경영진들은 본인들이 잘하는 일들을 하고, IR이나 경영화동은 그것을 잘하는 전문 경영인을 찾아 그분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얼라인의 요구 중에 딱 하나 선생님이 반대하신 것은, 얼라인이 직접 이사회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얼라인이 1.2%만을 가진 주주인데, 사외이사를 추천하거나, 직접 등기이사로 들어오는 것은 곤란하다고 여기셨습니다. 얼라인이 미워서가 아니라, 5%, 10%를 가진 주주라면 몰라도, 1%를 가진 주주가 그러한 권한까지 행사하는 것은 실질보다 과도한 권리를 가지게 되고, 그 주주의 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과대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지배구조 개선

이미 11월에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고, 사외이사가 다수인 이사회 중심의 경영, 그리고 사외이사가 2/3을 차지하는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를 구성과 같은 제안도 모두 다 찬성하셨습니다.


프로듀싱 계약

다들 아시는 것처럼 작년 9월에 조기종료 선언하고, 10월에는 아예 이것을 명문화하여 “조기종료를 원한다”는 서한을 현 경영진에게 보냈습니다. 또한, 향후에는 회사 내에서 역할을 하며, 그 역할과 보수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새로 구성될 내부거래위원회와 회사가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계약기간 종료 후의 로열티

이미 오래전부터 포기할 수도 있고, 사회에 환원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다만 올해 정기주총과 관련해서 언젠가는 얼라인이 시비를 걸어올 것이 뻔한 주제이기 때문에, 먼저 밝힐지, 나중에 대응할지, 어떠한 방법으로 밝힐지를 고민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하이브의 공시 내용에도 있듯이 선생님은 계약기간 종료 후 로열티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하이브가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선생님의 오래된 생각이었습니다.


내부거래 개선

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선생님께서는 신임 감사 취임 후부터, 공동대표들에게 과거의 유산이 에스엠의 발목을 잡으면 안되니, 외부에서 챌린징이 있을 만한 것들은 우리들이 빨리 개선하자는 입장을 밝혀 오셨습니다. 라이크 기획과의 계약 종료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조기 종료를 서두르자고 수차례 말씀하셨고요.


SM 3.0 시대 멀티 제작시스템의 문제점

선생님은 오래 전부터 본인 이후의 에스엠을 위해 멀티프로듀싱 시스템 구축을 재촉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없어도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프로듀싱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엔 기능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총괄프로듀서와 함께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오던 것에 반해, 이번에 현 경영진이 발표한 것은, 쉽게 말하면 하나의 회사를 다섯 개 회사로 쪼갠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에 신인팀만 세 팀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것을 망상이라고 봅니다. 얼라인 이창환 대표의 문화산업에 대한 무지와 선생님의 자리를 본인이 맡아 이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이성수 대표의 욕망을 합쳐서 주주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 발표를 한 것입니다. 이번 발표는 마치 벽돌공장을 크게 신축하고, 벽돌 찍는 기계를 더 들여다 놓으면 더 많은 벽돌을 찍어낼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우리가 벽돌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지요. 선생님께서 말씀해 오신 멀티 프로듀싱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요구는 오직 하나였습니다! 다시 1월 15일 일요일, 선생님과 공동대표가 동의한 사항을 발표했던 날로 돌아가보죠. 그날 발표된 사항들은 모두 선생님과 공동대표들이 협의, 수용한 내용들입니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누가 결정했는지 하는 것보다도, 대주주와 현 경영진이 공감한 내용이라는 것이 중요하죠. 그때, 선생님께서 공동대표에게 요구하신 것은 딱 하나입니다. 대주주로서, 프로듀싱 그만 해도 좋다, 내부거래 문제 있다 하니 공동대표들이 다 개선한다 하고 다르게 해도 수용한다, 그 밖에 외부 제안 다 받아들여도 수용한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딱 하나, “둘 다 내 옆에, 내 편에서 든든하게 있어 주렴. 너희들이 내 편에 서서 원팀으로 움직여야 밖에서 우릴 공격하는 집단들을 막을 수 있다. 너희들이 내 옆에 당당하게 서 있지 않으면, 우리는 외부의 공격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동대표들은 바로 잠수를 탔죠. 전화기 끄고 출근도 안하다가 1월 20일 금요일에 얼라인과 에스엠 합의를 발표해 버립니다. 얼라인 제안 전면수용. 얼라인 이창환 대표를 등기이사인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 이게 선생님을 위한 일일까요? 회사의 장래를 위한 결단이라고요?


SM의 레거시를 흔들, 오래된 기획?

저는 25년전, 행동주의 펀드가 출현하기 전에 한국사회에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처음 알린 소액주주운동을 도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많은 수의 주주대표소송을 경험하고 관련 서류를 봐 왔지요. 그랬기 때문에1월 16일자인가, 얼라인이 보내온 주주대표소송청구서를 읽는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내통과 배신을요.


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보다는, 현재의 경영진에게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시정하라는 의미가 큽니다. 주주, 투자자, 펀드에게는 “역사 바로 세우기”보다 회사의 가치, 주식의 가치, 주주로서 받는 존중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고, 이 가치와 존중은 “현재의 경영진”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라인이 보내온 주주대표소송 청구서는 이례적이게도 현재의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은 모두 빠진 채 작성되어 있습니다. 이례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게, 그런 주주대표소송 청구서는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그동안 왜 그렇게 제가 직접 감사를 만나 이야기해보겠다 하면 만류하였는지, 왜 제가 직접 얼라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하면 반대했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얼라인의 등장과 얼라인이 지명하여 들어온 신임 감사의 활동을 겪으면서, 공동대표들은 위험을 과장하고, 자신들의 과오는 부정하면서, 얼라인과 신임 감사의 입장을 내세워 선생님과 구성원들을 겁박해 온 것입니다. 주주대표소송청구서에서 공동대표와 현 이사회 구성원 이름이 빠진 것은 이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표이사의 경영권이 어떤 것인지 앞에서 말씀드렸지요? 그 경영권을 3년 동안 행사해온 현 경영진이 얼라인의 주주대표소송청구서에서 쏙 빠져 있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변호사로서 수없이 많은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한 문서들을 보면서 살아온 제게 그 문서는 배신과 내통의 결과물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는 여러분께서 언론보도와 회사의 입장발표를 보고 아시는 대로입니다. 공동대표는 1월 20일 "논의과정에서 이수만을 배제하고 얼라인과의 합의"한 내용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설날 연휴에, 그것도 비대면으로 이사회 ‘번개’를 개최하죠. 2월 3일에는 멀티 “프로듀싱” 계획을 발표한다면서, 프로듀서 이름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 멀티 “제작센터” 계획을 발표합니다. 사실상 선생님이 하던 일을 본인들이 하겠다는 공동대표 “총괄프로듀서” 체제를 선포하죠.


최악은 그 입장발표문의 맨 마지막에 있었습니다. 이성수 대표와 탁영준 대표는 화면을 쳐다보면서 선생님께 작별을 고합니다. “마지막으로, 에스엠과 총괄프로듀서로서의 계약은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주주로 에스엠을 응원해 주시는 이수만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임직원들에게는 이 모든 일이 선생님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선생님 본인에게는 한 마디 의논, 한 통의 전화, 한 통의 편지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다시 용기와 희망이 함께 하는 에스엠

현 경영진은 2월 7일, SM 3.0에 돈이 필요하다면서 카카오와의 신주인수 및 전환사채 발행을 발표합니다. 그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이사회는 전날 오후 5시에 소집 통보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회의를 열어 가결합니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 누가 원했고, 누구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현 경영진이 카카오, 얼라인과 같은 편이라는 것이 이미 만천하에 명명백백해진 이후, 선생님께서 지분을 하이브에 양도하신 사실 역시 널리 알려졌습니다. 에스엠의 미래와 방향, 그리고 임직원 개개인의 장래와 관련하여 다들 고민이 많으실 줄로 압니다. 에스엠의 최대주주가 하이브가 되든, 카카오가 되든, 그것을 회사에 고용된 임직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결정하고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에스엠의 최대주주가 누가 되든, 에스엠의 정신, 에스엠의 문화, 에스엠의 전통과 유산을 지키는 것은 오로지 임직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여태까지 잘잘못을 논하고, 누구의 책임이 큰가를 따지고, 각각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많이 전달받았습니다. 그간의 사정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이런 논란을 부추기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그런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또 상세히 임직원들과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정과 단합을 호소하는 것 역시 공허함을 잘 알기에 이렇게 긴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강조하거니와, 현재의 에스엠에서 에스엠을 지키고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면서 앞으로 발전을 이룰 분들은 임직원 여러분입니다. 다시 용기와 희망을 가지시기를 바라고, 헛된 루머에 현혹되지 마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저는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칫 의뢰인과 상담자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평생 변호사를 하지 못하는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사내변호사에게는 회사는 물론, 그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임직원 어느 누구라도, 언제든지 제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내가 에스엠과 우리 공동체를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상담을 요청하시면 기꺼이 응해드리겠습니다. 의뢰인과 상담자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면서 직업상, 직책상 책무를 최대한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HR 지원실로부터 2023년 3월 1일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아무런 이유가 기재되지 않은 문자와 이메일 통보를 이미 받았고,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업무명령 역시 문자와 이메일로 받았습니다만, 남은 계약기간 동안 놀고 먹어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지는 않았습니다. 남은 계약기간 동안 필요한 소임을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24/7 항시 연락하시면 성실히 상담해 드리고, 최선을 다해서 조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2월 13일 조병규 드림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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