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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들고 피신, 망치로 하드 부수고… 쌍방울, 조직적 증거 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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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쌍방울 그룹 임직원들이 2021∼2022년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과정이 검찰 공소장에 적시됐다.


8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쌍방울그룹 윤리경영실장(감사) A씨 등 임직원 12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21년 10월 한 언론사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 및 차량을 제공한 사실을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A씨에게 관련 증거를 인멸할 것을 지시했다.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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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A씨는 윤리경영실 차장 B씨에게 '관련 자료가 들어있는 PC 하드디스크를 파쇄하라'고 지시하고 B씨는 회사 옥상에서 망치로 하드디스크를 부쉈다.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 등이 제공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증거인멸은 더 속도가 붙었다. 김 전 회장의 동생이자 그룹 부회장인 김모씨는 2021년 11월13일 '업무 관련자들의 PC를 교체하라'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A씨 등과 모여 구체적인 증거인멸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김씨와 A씨 등은 그날 오후 회사 건물 지하 1층 CCTV 전원을 끄고 다음 날까지 관련 자료가 남은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를 빼내 스크래치를 내 망가뜨릴 것을 지시하고 이를 실행했다.

또 쌍방울은 지난해 5월 수원지검 수사관으로부터 건네받은 검찰의 수사 기밀 문건(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등)과 이 문건의 스캔 내역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회사 사무실 내 복합기 2대의 사용 내역도 파기 또는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서실에선 '콘도, 리조트, 골프 회원권 등 이용 내역, 선물내역, 항공권 이용 내역'을 직원들 집으로 가져가 숨기거나 폐기하도록 하는 지시가 내려졌다.


지난해 6월과 7월 두 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비서실 직원들은 사용하던 노트북을 들고 같은 건물에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 사무실로 피하는 등 증거은닉에 가담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A씨 등은 증거인멸, 증거인멸교사, 범인도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밖에 쌍방울 계열사 광림 부사장인 C씨 등 2명은 지난해 7월29일 태국의 한 가라오케에서 당시 도피 중이던 김 전 회장의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등 범인도피 혐의도 있다.


C씨는 태국 유명 휴양지인 파타야에 있는 2층 규모 풀빌라 리조트에 한동안 머물며 김 전 회장과 함께 식사하거나 골프를 친 것으로 파악됐다.


C씨 등 광림 임원 2명은 쌍방울의 대북송금을 위해 2019년 1월과 11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거액의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중국 공항 화장실에서 방용철(구속기소) 부회장에게 건넨 혐의도 받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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