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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야바위 선거의 화룡점정 '의원 꿔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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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당 맹공 민주당도 슬그머니 동참
“얕은 수로 국민 속여 보려는 것” 자아비판
내로남불 정치로 탄생한 제21대 국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2020년 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 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한선교 의원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래한국당은 4.15 총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됨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만든 위성 정당이다./윤동주 기자 doso7@

2020년 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 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한선교 의원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래한국당은 4.15 총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됨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만든 위성 정당이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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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미래한국당 창당으로 정당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정당을 복제해냈다. 의원 꿔주기 형식의 꼼수를 동원해, 비례대표 투표용지상 앞 번호를 배정받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2020년 2월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의 현안 브리핑 내용이다. 민주당은 당시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위성정당 창당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인지를 지적하는 내용이다.

‘얕은수로 국민을 속여 보려는 것’, ‘세금 도둑질 선언’….


지금의 제21대 국회가 얼마나 부끄러운 선거 과정을 거쳐서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사실이 그랬다.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한국 정치의 모습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끄러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총선의 비례성 강화를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까지는 정치적인 명분이 있었는데, 시행 과정에서 꼼수를 동원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과 더불어민주당은 안정적인 비례 의석 확보를 위해 ‘야바위 선거’의 늪으로 스스로 들어갔다.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에 눈을 돌렸다. 자유한국당의 자매정당(사실상 위성정당)이라는 미래한국당이 2월5일 출범했다. 당시 황교안 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창당대회에 대거 참석했다. 자유한국당과 미래한국당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020년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주민들이 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020년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주민들이 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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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쪽에서 날이 선 비판을 한 것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미래한국당으로 옮겨가면서 신생 위성정당이 의석을 지닌 정당이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기호 순번을 받을 때 의석수에 따라 앞 순번을 받게 된다.


민주당은 이런 모습을 얕은수로 국민을 속여 보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에 쏟아 냈던 그 비판을 민주당이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점이다. 3월25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비례대표 일부 의원의 제명 절차를 밟았다. 해당 의원이 뭔가 문제가 있어서 제명된 게 아니었다.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옮기기 위해 제명을 한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은 해당 정당에서 제명이 돼야 의석을 유지한 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 중 불출마를 선택한 사람과 비례대표 의원 일부가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우리 당은 탈당을 강요한 게 아니다.”


민주당은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2월6일 자유한국당을 향해 “얕은수로 국민을 속여 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던 그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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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와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장면. 야바위 정치의 화룡점정은 의원 꿔주기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2020년 제21대 총선의 비례대표 정당 기호가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자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고, 위성정당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결과적으로 미래한국당은 기호 4번, 더불어시민당은 기호 5번을 부여받았다. 정의당이 기호 6번으로 밀린 것은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의원 꿔주기 방법으로 총선을 앞두고 의석을 불렸기 때문이다.


조금 더 많은 의원 꿔주기를 실행했던 미래한국당이 정당 득표율 33.84%를 올리면서 33.35%를 얻은 더불어시민당을 근소하게 앞섰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미래한국당은 19석,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이들 상당수는 현재의 국민의힘과 민주당 쪽으로 당적을 옮겼다. 총선 때 급조됐던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꼼수 선거를 통해 출범한 제21대 국회, 현재 국회의사당을 차지하는 의원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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