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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배기 지식재산]롯데와 맞짱…알고케어 대표 "난 꼭 이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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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알고케어-롯데헬스케어 논란
정지원 대표 "힘든 싸움 될 것"
중기부 등 행정조사 준비 착수
전문가 "NDA 체결 등 대비 필요"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운데)가 미국에서 열린 'CES 2022'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운데)가 미국에서 열린 'CES 2022'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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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꼭 이겨야 해요. 제가 진다면 앞으로 어떤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를 주장하겠어요?"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


터질 게 터졌습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제품을 개발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사건의 주인공은 알고케어의 '나스'와 롯데헬스케어의 '캐즐' 입니다. 나스와 캐즐 모두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영양제를 조합해 자동으로 챙겨주는 맞춤형 솔루션입니다. 롯데헬스케어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캐즐을 첫 공개했습니다. 2019년에 설립된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3년 넘게 나스 솔루션 개발에 몰두했고, CES에서 3년 연속 상을 타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두 제품 모두 올해 정식 출시 예정입니다. 그런데 알고케어는 롯데가 2021년 투자를 명목으로 접근해 아이디어를 탈취했다고 주장합니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4월 롯데지주로부터 700억원을 출자 받아 설립된 회사이고, 알고케어는 임직원 30여명이 일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 CES 현장에서 일어났습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지난 5일(현지시간) CES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에게 나스 제품을 소개하는데 여념이 없던 도중 한 관람객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거 롯데에서 하는 거랑 똑같은 거죠?" 그 말에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 부스를 한달음에 찾아갔고, 캐즐을 보고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꼈다’며 망연자실했다고 합니다. 정 대표는 마침 CES를 방문 중이던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본인의 사정을 호소했고, 이 장관은 "사업을 하다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잘 대응하면 된다. 중기부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롯데가 잘못 걸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 대표는 김앤장 변호사 출신으로 법에 정통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정 대표는 김앤장 변호사 출신으로 롯데헬스케어 관계자의 녹취록과 메시지 등 아이디어 탈취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적 증거도 확보했습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아이디어 도용 판례를 보니 절망적이더라"며 "지루한 법정 싸움을 벌이며 결과적으로 10억원을 배상받는다 한들, 그동안 회사가 파산 직전으로 가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12월 국내 대·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 분쟁 민사 소송에서 일부라도 중소기업이 승소한 첫 사례는 있습니다. 한화의 협력업체이자 태양광 설비제조업체인 에스제이이노테크가 한화와 한화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기술 분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법원이 한화 측에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법정 다툼을 무려 6년 동안 이어온 결과였습니다. 정 대표는 "소송을 벌여도 대기업 입장에선 큰 타격이 없을 테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에 비해 법을 잘 알고, 주변에 법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많은 나도 이렇게 힘들다"면서 "내가 만약 진다면 누가 대기업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나"고 했습니다. 끝으로 그는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습니다.

롯데헬스케어 맞춤형 영양제 솔루션 '캐즐'

롯데헬스케어 맞춤형 영양제 솔루션 '캐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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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안은 특허보단 영업비밀과 연관됩니다. 알고케어는 4건의 특허를 출원했지만, 현재 심사 중으로 등록되진 않은 상태입니다. 정 대표는 "사건의 핵심은 아이디어 탈취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란 영업비밀을 말합니다. 영업비밀은 기업이 영업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비밀로 관리한 기술·경영상의 정보를 뜻합니다. 업계에서 통상 사용되는 보편적인 기술이 아닌, 독립적·경제적 가치를 지녀야 합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하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에 저촉됩니다. 향후 두 회사는 이 법을 두고 잘잘못을 따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영업비밀을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합니다. 달걀 밑둥을 깨트려 세우는 건 단순해보여도 막상 쉽게 떠올리 어렵기 때문입니다.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업체 간 거래나 협의를 진행할 때 보통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습니다. 계약을 위반해 영업비밀을 유출하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와 NDA를 맺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는 "당시 롯데헬스케어가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체결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단, 평소에는 사업 자문을 해주는 의대 교수, 디자이너학과 교수와도 NDA를 체결할 정도로 영업비밀 관리에 철저했다고 합니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를 만나기 전부터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사업 추진 방안이 수립됐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NDA 체결에 대해 요청받은 적이 없으며 법인 미설립을 이유로 거부한 사실도 없다고 했습니다. 개인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사업은 2020년에 이스라엘 회사 '뉴트리코'에서 먼저 발표한 일반적인 사업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기부는 행정조사 대상이 되는 영업비밀인지 판단하기 위해 양측을 면담 중입니다. 지난 17일에는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과 변호사를 대동해 알고케어 본사를 찾아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오늘(26일)은 롯데헬스케어를 방문할 계획입니다. 정재훈 중기부 기술보호과 과장은 "행정조사를 거쳐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시정권고·공표가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시정권고란 행정기관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를 권하는 것을 말하며 벌금 등 법적인 제재는 없습니다. 특허청은 "알고케어로부터 부정경쟁행위 신고가 접수되면 행정조사 등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기부와 특허청 모두 양측 합의로 사안을 해결하는 분쟁조정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롯데헬스케어 측이 아이디어 탈취를 전면 부정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스타트업) 간의 협업 과정에서 기술 탈취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며 "대기업은 ‘이미 유사한 기술이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해당 제품·서비스 개발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협업 전에는 반드시 기술이나 아이디어 차용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다른 변리사는 "기술 공유 이전에 NDA를 체결하고 비밀유지의 대상이 되는 기술과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사와의 기술 공유를 위한 NDA 체결 이전에 보유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특허 출원이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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