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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탈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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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1944년 미국의 브레턴우즈에 모인 44개국의 대표들은 놀라운 상황을 목격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미국이 유럽에 대규모 군대를 배치해 전쟁배상금을 징수하는 대신 미국의 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관세를 낮추는 대신 금과 교환되는 달러를 국제통화의 근간으로 삼고 각국의 통화를 여기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환율의 안정을 도모했다. 이렇게 미국과 달러를 근간으로 시작된 자본주의 세계의 통합과 연결은 냉전에서의 승리를 가져왔으며 이후 30년 동안 전 지구적 차원의 통합과 번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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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두가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체제를 만들었던 미국은 기존 체제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보조금으로 상징되는 공격적인 국가 단위의 산업정책을 추구하면서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자유시장 원칙은 위축됐다. 시장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던 기술과 정보의 흐름 역시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국의 시장과 투자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첨단제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미국의 시도에 대해 다른 국가들 역시 동일한 방식을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가장 저렴한 원료와 부품을 조달하고, 한국 또는 중국에 초대형 생산설비를 구축해 매우 높은 효율성으로 제품을 생산해 다시 이를 세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지속해서 성장해왔다. 인건비 등 생산비용 상승이 발생할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및 기존 공정의 해외 이전 등을 통해 해외 및 국내 생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를 통해 국내 제조업 기반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8%라는 제조업 비중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높고 안정적인 임금과 일자리 제공을 통해 중산층 형성과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런 성공방정식은 변화된 게임의 룰에 따라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파악하고 반응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해외투자는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모든 국가가 유치하고자 노력하는 첨단제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중화학 산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조선업을 비롯한 많은 기간산업은 입지적 여건으로 인해 특정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에 이들 산업의 유지와 발전은 해당 지역의 존속을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상시화하고 있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외국인 인력을 도입해 임시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장기 체류 및 국내 거주를 전제로 숙련과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는 외국인 관련 정책과 제도의 전반적인 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세계화의 흐름은 이제 끝나가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진정한 세계화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해외에서는 더 많은 투자와 확대를 도모해야 하며, 국내적으로는 더 많은 외국인과 함께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힘을 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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