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發 메시지에 나경원 선택의 기로
2012년 제19대 총선 출마 좌절 데자뷔
2014년 재보궐 당선, 정치 재기 성공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정치 칼날 위에 서 있다. 국민의힘 당권을 향한 갈망은 그를 '시련의 늪'으로 인도하는 형국이다. 정면 돌파와 후일을 도모하는 후퇴 모두 정치 인생을 건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새로운 당 대표가 돼서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하겠다는 구상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치의 바람은 권력의 계절에 따라 다르게 분다. 2004년 제17대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 입성에 성공한 그의 정치 이력도 어느새 20년을 앞두고 있다. 정치인 나경원은 순탄한 길만 걸었던 인물이 아니다. 가시밭길도 건너야 했고, 민심의 물길 앞에서 선택을 고심한 경험도 있다.

여의도에서 정치인 나경원의 호칭은 대표다. 정치인은 그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던 호칭을 불러주는 게 관행이다. 정치인 나경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이끈 원내대표였다. 이제는 원내대표가 아닌 당 대표를 꿈꾸고 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2년 6월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지방선거 당선자대회 및 워크숍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2년 6월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지방선거 당선자대회 및 워크숍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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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나경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인지, 불출마로 방향을 틀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2023년 정국의 헤게모니를 쥔 쪽에서 그의 불출마를 사실상 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지난 6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겨냥해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출산 시 대출 원금을 탕감해준다는 정책에 대한 반론이었는데, 비판의 시점도 방식도 미묘했다.


대통령 수석이 여당 당권 주자를 직접 겨냥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점도 정치인 나경원의 당권 도전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졌다. 그날 이후 이른바 친윤(친윤석열) 성향의 정치인들과 장외인사들은 연일 나경원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인 나경원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쪽과는 가파른 대치 전선을 경험한 적이 많지만, 소속 정당 내에서 비토의 흐름을 맛보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사실 정치인 나경원은 지금과 유사한 시련의 늪에 빠진 경험이 있다.


정치인 나경원이 사실상 타의로 출마를 포기해야 했던 경험이다. 2012년 4월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기소 청탁을 둘러싼 논란이 번지면서 정치적인 궁지에 몰린 바 있다. 정치인 나경원은 당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당에서는 공천을 주지 않으려는 기류가 감지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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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치인 나경원은 '총선 불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2012년 3월 8일 정치인 나경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위해 물러서겠다.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온갖 거짓 음해와 선동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공천 과정은 어이없고 원칙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공당의 공천이 아니라 사당으로서의 공천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당의 처사를 비판했지만, 그는 불출마를 통해 당의 퇴로를 열어줬다.


정치인 나경원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에 공천된 인물은 정치인 정진석이었다. 현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정치인 정진석은 새누리당 후보로 중구에 출마했지만, 민주통합당의 정치 신예 정호준 후보에게 일격을 당했다. 정호준 후보는 50.27%, 정진석 후보는 46.32%를 득표했다.


결과적으로 정치인 나경원을 공천하지 않은 새누리당은 의석 한 석을 잃고 말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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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나경원에게 2012년 3월 8일의 불출마 선언은 재기의 발판이었다. 당을 위해 물러선다는 그의 선택이 도약의 토대가 됐다. 정치인 나경원은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구에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그는 결국 제19대 국회의원이 됐다.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출마를 선택할 경우 극적으로 당선될 수도 있겠지만, 승리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그 과정에서 친윤계의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내년 제22대 총선은 물론이고, 2027년 대선 구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다만 나경원 때리기가 심할수록 그를 향한 동정론도 강해진다. 이는 정치인에게 든든한 자산이다. 문제는 광야에서 새롭게 정치의 길을 닦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인 나경원은 따뜻한 지금의 공간을 벗어나 찬바람 부는 그곳으로 향할 수 있을까.


불출마를 선택한다면 2012년 당시처럼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다만 그것도 전제는 있다. 떠밀려서 출마를 포기하는 그림이 아니라 '정치적인 결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는 선택의 기로에서도 모양과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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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정치 지도자의 위상을 유지하는, 강화하는 길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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