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벽 PMMA, 100도에서 '액상화'
금속·유리 방음벽 화재위험 낮지만 비싸
외국서는 구간마다 뚫어놓는 방식
'출구로부터 몇m' 표시 필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5명의 사망자와 37명의 부상자를 낸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와 관련, 이 화재가 빠르게 확대된 원인이 플라스틱 방음벽 재질의 특성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방음벽의 재질이나 구조를 바꾸는 한편, 출구로부터의 거리를 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렇게 빨리 전반적으로 번지게 된 원인은 재료인 아크릴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플라스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9일 화재는 도로에서 달리던 폐기물 운반 트럭에서 난 불이 아크릴의 일종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재질의 방음터널로 옮겨붙으면서 크게 번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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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플라스틱 등 아크릴 재료의 인화점(불이 붙는 온도)은 280도 정도지만, 100도 내외에서 액상으로 변하는 성질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사고 영상에서 목격됐던 '불똥비'의 정체다. 불이 붙은 아크릴이 액상으로 변해 녹아내린 것이다.


그는 "이것(불똥비)이 터널을 쭉 따라 떨어진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기름보다 더 위험한 게 기름은 그냥 정해진 양만 확 타버리면 그만인데 플라스틱은 겔(액화) 상태에서 불이 붙어버리면 그게 다 소진될 때까지 아주 오랫동안 불에 타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액화되어 넓은 범위까지 퍼진 플라스틱이 타오르다 보니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방음터널의 폐쇄적 구조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플라스틱 재질의 방음터널은 도로를 둥근 지붕 형태로 감싸는 긴 터널 형태로 되어 있다. 이 교수는 "이게 개방형이면 차량에서 열기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올라가서 연기든 열기든 위로 날아갈 수 있는데 이게 밀폐가 돼 있는 구조이다 보니까 열이나 연기가 축적이 됐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소식이 전해진 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유사 시설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방음벽은 전국 52곳에 달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우선 방음벽의 재질을 바꾸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 교수는 "금속·유리 재질의 방음벽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일단은 기본적으로 단가가 좀 비싸다"고 했다.


연기가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뚫어놓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 어떤 대안으로서 (터널을) 끊어놓는 것"이라며 "100m 간격이든 얼마 간격이든, 그러면 화재가 나더라도 그 끊어진 구간에 한해서만 확산이 되고 끊어진 부분으로 열기나 연기가 용이하게 외부로 배출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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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터널 곳곳에 출구로부터의 거리를 표시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그는 "'출구로부터 몇 m', 이런 표시를 꼭 좀 해 줬으면 좋겠다"며 "사고를 당한 지점이 내가 들어온 쪽 출구로 가는 게 빠른지 나가는 출구 쪽으로 가는 게 빠른지를 중간중간에 일정 간격으로 미터 표시를 해 두면 위급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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