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소년' 기름값 안 내고 달아나다 경찰이 쏜 총에 숨져
집시·대학생 등 경찰 강력 규탄…화염병 던지고 도로 봉쇄
"기름도, 돈도 문제 아니었다…소년이 집시라서 총 쏜 것"

지난 13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16세 집시 소년이 경찰이 쏜 총을 맞고 끝내 숨지자, 수도 아테네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16세 집시 소년이 경찰이 쏜 총을 맞고 끝내 숨지자, 수도 아테네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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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16세 집시(로마니) 소년이 단돈 3만 원 때문에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그리스 전역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과 집시에 대한 인종 차별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4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집시 소년인 코스타스 프라굴리스(16)는 지난 5일 테살로니키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값 20유로(약 2만 7000원)를 내지 않고 달아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 4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소년을 추격했으며, 그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소년의 머리에 총을 쏴 붙잡았다. 소년은 이후 히포크라테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에 빠졌고, 지난 13일 사건 발생 8일 만에 숨졌다.

집시 공동체에서는 경찰의 총격에 인종차별적인 동기가 있다는 비난이 나왔다. 그리스에서는 지난해에도 아테네 인근 피레우스에서 15세 소년과 20세 남성이 차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그리스 제1야당 시리자당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더는 그리스 사회에서 16세 미만 어린이의 목숨을 사소한 이유로 위협하는 경찰의 잔혹함을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2008년에도 15살 소년이 경찰의 총격을 받아 숨지면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그리스 곳곳에서 경찰의 진압에 항의하는 과격 시위가 발생했다. 이날 테살로니키에는 집시 공동체 등 시민 2500여명이 뛰쳐나와 도로를 봉쇄하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며 격분했다. 경찰은 이에 최루탄을 던지며 맞섰다. 또, 이 지역 대학생 50여명이 "국가의 '16세 소년 살해'에 관용이나 은폐는 없어야 한다"며 캠퍼스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전경 부대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수도 아테네와 동남부 아스프로프리고스, 할키다 등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일어났다.

소년이 중태에 빠진 직후에도 테살로니키에서는 격분한 시민 1500여명이 경찰에게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상점을 약탈했다. 시위대는 "기름도, 돈도 아니었다. 그가 집시였기 때문에 경찰이 총을 쐈다"고 외쳤다. 아테네에서도 수백명이 거리로 몰려 나가 경찰 총격을 규탄하는 평화 시위를 열었다. 이들 역시 "경찰은 소년이 집시라서 총을 쓴 것"이라고 적힌 팻말을 흔들며 해당 경찰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조처를 하라고 요구했다.


시위대가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자 소년의 유족들과 지역 사회에서는 이들에게 시위를 평화적으로 할 것을 당부했다. 집시 공동체의 안토니스 타시우스 회장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울고 있다. 아이가 이렇게 떠나는 것은 부당하다"며 "우리는 크나큰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타키스 테오도리카코스 그리스 시민보호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16세 소년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이 사건은 우리 사법 시스템에 의해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조사 중이며, 우리 모두 이 절차를 존중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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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 소년이 트럭을 몰고 가면서 신호를 위반하고 경찰이 탄 오토바이에 부딪히려 했으며, 이를 저지하려다 총격이 일어났다고 해명했다. 총을 쏜 경찰관은 지난주 법정에 출두하며 "동료들의 목숨이 두려워 트럭을 멈추기 위해 무기를 발사했다"며 "운전자가 아닌 타이어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직무 정지 상태로 체포돼 조사받고 있으며, 며칠 내 수감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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