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형 경제금융에디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용퇴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에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정부 금융당국의 외압설, 낙하산, 관치...이런 평가가 나온다.
주인 없는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연봉이 10억~20억원에, 1만명 정도의 순익 3조~4조원 회사를 거느리는 '꿀보직'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누가 차지해야 하는가.
오너가 있는 기업이나 금융사라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너가 임명하고 책임지면 된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 혈맥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 중심 금융지주회사는 주인이 없다.
금융이 자유화되기 전, ‘관치(官治)’의 시대에는 은행장이 재무부 은행과장의 결재로 결정된 적도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이 정부의 강한 통제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관치의 영향력은 있다. ‘한국 금융을 10년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금융권 4대 천왕’이라는 해괴한 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좋은 관치가 있고 나쁜 관치가 있지만, 명백한 '나쁜 관치'의 사례다.
‘관치보다 더 나쁜 게 내치(內治)’라는 말도 있다. ‘주인’ 없는 은행에서 주요 주주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정권과 정치권의 용인 아래 ‘주인’처럼 행세하는 걸 이르는 말이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대표적이었으며,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그 성격이 비슷한 농협금융지주의 상황은 좀 다르다. 본래부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들이 CEO를 맡는 게 당연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취임해 적응하느라 6개월, 임기 만료 전 레임덕 6개월을 빼면 실제 일하는 기간은 2년에 불과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내부 승진을 통해 조직 활력을 살려야 한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국책은행으로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며, '내치'와 비슷하게 공공기관 특유의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성격이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는 역할로 정부 관료 출신이 적임자라는 논리도 있다.
'관치'와 '내치' 사이 어디엔가 바람직한 금융사 지배구조의 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몇 번의 연임을 용인해도 좋을 만큼의 자격요건은 어떤 것일까.
2020년 3연임에 성공해 내년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사례로 제시하고 싶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한 후 '규모만 1등', '오합지졸',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을 들었던 KB금융을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에 따른 편가르기, 줄서기 문화를 타파하고 능력 중시, 협업 중시, 효율 중시 문화를 만들어냈다. '금융권의 삼성 같다'는 평가를 받았던 관리의 '신한'금융을 밀어내고 리딩뱅크 자리를 확고히 했다. 시가총액도 취임 직후 13조원 수준에서 21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자기가 오래 해먹기 위해 능력 있는 사람을 내치고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았다.
이 정도는 돼야 3연임, 4연임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응찬 전 회장과 김승유 전 회장도 초기에는 그런 자격이 있었다. 윤 회장은 그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정부 금융당국의 외압설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의 낙하산도 그가 금융과 상관없는 대선 캠프 인사라면 모르지만, 금융 관료로서 전문성이 있는 만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퇴임을 앞뒀거나 물러난지 얼마 되지 않은 금융관료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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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련의 상황들은 '관치'와 '내치' 사이 어딘가에서 적절했을까, 그렇지 못했을까 그렇게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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