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일본 오사카대 기증 고출력 레이저 시설 활용 못해
국내 레이저 핵융합 연구 사실상 기초연구 수준만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는 13일(현지시간) 레이저 핵융합의 핵심인 점화(ignition) 기술을 시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LLNL 홈페이지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는 13일(현지시간) 레이저 핵융합의 핵심인 점화(ignition) 기술을 시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LLNL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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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미국이 세계 최초로 레이저 핵융합의 핵심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10여년 전 관련 연구 시설을 갖추고도 사실상 사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08년 일본 오사카대 레이저에너지학연구소(ILE)로부터 레이저 핵융합 연구가 가능한 1킬로줄(KJ)급 고에너지 레이저 시설을 기증받아 설치했다. 당시 2005년부터 3년간 진행된 이전 설치비만 36억원이 투입됐다. 원자력연구기반확충사업의 일환으로 전액 국고가 지원됐다. 이 시설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30억 가량을 들여 개보수까지 됐다.

하지만 이 시설은 이후 국내 레이저 핵융합 연구에는 전혀 활용되지 못했다. 전혀 다른 방식인 자기장을 활용한 '토카막(TOKAMAK)' 방식의 한국형 핵융합로(K-STAR)가 건설되고 국가핵융합연구소(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가 설치되면서 관심과 지원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2004년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4페타와트급 초강력 펨토초 레이저 시설이 건설돼 활용되고 있지만 용도상 본격적인 레이저 핵융합 연구와는 거리가 있다.


임창환 원자력연 박사는 "해외 연구기관의 시설 유치 차원에서 레이저 시설을 기증받아 설치했으며 2015년 정도까지는 국제 협력 과제로 일본, 중국 등과 함께 레이저 핵융합 연구를 수행했었다"면서도 "이후에는 국내에서 연구비를 제대로 따지 못해 진행된 실적이 없다"고 말했다.

방우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도 "현재 국내에선 핵융합반응 단면적 연구 등 기초적인 연구만 진행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독주하고 있으며 점화 기술 연구를 위해 5년 전 5조원을 넘게 투자해 국립점화시설(National Ignition Facility)를 세우고 연구를 집중해 성과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특히 국내에서도 레이저 핵융합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K-STAR 등 (토카막 방식의)핵융합 연구를 잘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 미국의 발표를 통해 핵융합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토카막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레이저 핵융합 방식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은 지난 5일 레이저 핵융합 연구 사상 세계 최초로 투입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산출해내는 데 성공해 이정표를 세웠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 연구소 연구팀은 고출력 레이저 192개를 1mm 크기의 작은 금속 구슬에 집중시켜 내부의 중수소ㆍ삼중수소 원자들을 강제로 핵융합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2.05메가줄(1J=1뉴톤)의 에너지를 투입해 3.15메가줄의 에너지를 생산해냈다. LLNL은 "레이저 핵융합 에너지의 가장 기본적인 과학적 원리를 입증하는데 성공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 교수는 "상용화의 중요한 단계인 점화(ignition) 기술을 달성한 최초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방 교수에 따르면, 수소 원자의 핵융합 과정에서 더 에너지를 주입하지 않아도 헬륨이 발생하면서 스스로 핵연료를 가열해 반응을 지속시키는 상태가 핵융합 점화다. 그동안 인류는 수소 폭탄이 터졌을 때를 제외하고 실험실에서 핵융합 점화 단계를 이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에는 갈 길은 멀다. 방 교수는 "미국도 최소 10년에서 20~30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번 점화 기술 성공을 계기로 시기가 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기업 30여개가 2030년대 내에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과제도 있다. 고출력 레이저를 1초에도 몇 번씩 발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실제 발전을 위해선 시설을 대형화ㆍ단순화해야 한다. 핵연료 제작과 전력 공급 등의 문제도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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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에너지 연구는 태양처럼 수소 등 가벼운 원자들이 융합하는 과정을 지구상에서 재현시켜 전력을 생산해내자는 아이디어다. 실현되면 저비용으로 무한대 청정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꿈의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수소폭탄처럼 1mm 이하의 작은 구술에 수소를 집어넣고 고출력 레이저 에너지를 집중시켜 강제 핵융합을 일으키는 '관성 가둠 핵융합(Inertial Confinement Fusion)'이 레이저 핵융합이다. 반면 자기장으로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마를 가두는 방식이 '자기 가둠 핵융합(Magnetic Confinement Fusion)'이며, 현재 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운용하고 있는 K-STAR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이온 온도 1억도 이상의 30초 연속 운전에 성공하는 등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제 협력 연구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도 참여 중이다. 상용화를 위해선 핵융합이 이뤄지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핵융합로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기술 등이 숙제로 남아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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