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키르기스스탄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윤은 한국으로 돌아온 지 팔 년이 지난 어느 날, 신세 졌던 하숙집 주인 라리사의 부고를 전해듣는다. 라리사는 윤에게 수양딸 나지라의 공책을 유품으로 남긴다. 윤은 키르기스어로 쓰인 이야기를 한국어로 옮겨 우리에게 전하면서 이렇게 묻는다. “한 사람의 삶이 온전히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작가는 치열하도록 정교한 문장으로 ‘탄생’ ‘죽음’ ‘사랑’ ‘이별’이라는 간명한 단어로 함축되곤 하는 일생의 사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부조해낸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시간이 지나 육체를 잃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가지만, 이야기는 그들의 이름을 간직한 채 우리 곁에 살아남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기록하는 인간’으로서의 자각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깨달음으로 가득한 소설이다.

[책 한 모금]“한 사람의 삶이 온전히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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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그리움, 기억의 빈틈은 사람의 말로 번역될 수 있을까. 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은 감히, 그 기적에 가까운 일을 간절히 바라고 싶다. p.18~19

모든 결핍은 아름다울 자격이 있지. 누가 뭐래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p.21


신이 있다면 그 존재는 타인이라는 거울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사하는 빛이 아닐까. 사방에서 우리를 향해 쏟아지는 빛, 그 자체가 아닐까. p.51~52

고통은 고통일 뿐이에요. 신화가 아니지요. 고통 앞에서 인간은 작아지고 하찮아지고,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지요. 고통이란 녀석은 사소하게 취급해서도 안 되고 너무 떠받들어서도 안 돼요. 여간 까다로운 녀석이 아니지요.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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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이름들 | 안윤 지음 | 문학동네 | 216쪽 | 1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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