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LCR비율 100%대→90%대로 떨어져
은행채 발행 막고 예적금 금리 인상 못하게 해
시장 안정 위한 조치지만 은행들 유동성 유지에 긴장
은행들 "내년 상황 나빠지면 LCR 규제 완화 필요"

돈줄 막힌 은행들, 여유자금 한 달 사이 뚝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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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 자제, 예·적금 금리 인하 압박 조치로 은행들의 주요 자금 유입 경로가 막히자 은행들이 여유자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유동성 지표가 뚝 떨어졌다. 자금 조달 경로는 꽉 막혔는데 채권시장에 95조원 투입을 포함해 가진 돈은 풀어야 하는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3일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따르면 11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이 전달과 비교해 하락했다. LCR이란 30일간 은행의 순 현금 유출액에 비해 예금과 국공채와 같은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얼마나 가졌는지 보여주는 유동성 지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은행의 여유자금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LCR 비율 한달사이 뚝 떨어져

4대 은행의 10월 LCR은 일제히 100%를 훌쩍 넘겼지만,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은행채 발행을 줄이고 예·적금 금리까지 내리면서 자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지자 한 달 만에 90%대로 주저앉았다. A 은행은 101.9%→98.0%, B 은행은 102.5%→96.7%, C 은행은 104.4%→97.2%로 줄어들었다. D 은행만 유일하게 100.8%→101.2%로 올랐는데 "외화예수금이 일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CR 하락에 대해 은행 자금부 관계자들은 같은 맥락의 분석을 내놨다. "금융당국 정책으로 인해 자금 조달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와중에 연말엔 만기가 도래하는 고객 자산들이 많아져 유출액까지 늘어나다 보니 LCR 비율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규제 비율인 92.5%보다는 아직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돈줄을 막는 정부 정책이 언제까지 갈지 몰라 은행마다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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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은행, 올해까진 버틸수 있지만…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돈줄을 막은 이유는 채권·자금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였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회사채나 여전채로 시중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물꼬를 돌리려 돈을 빨아들이던 은행채 발행 자제를 권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나오는 11월 은행채 순발행액은 마이너스(-) 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에도 -7100억원으로 같은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사람들은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에 있던 자금까지 빼서 시중은행으로 몰려왔다. 2금융권의 자금경색 신호가 감지되자 금융당국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에도 오히려 시중은행에 금리를 낮추라고 했다. 영향은 즉시 나타났다. 4대 은행의 11월 말 기준 정기예금 신규가입액은 약 62조59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말(71조9067억원) 대비 9조3082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던 은행들은 '돈줄은 막고, 돈은 풀라는' 당국 지침을 버틸만한 체력을 갖고 있지만, 내년부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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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가 1년이 지나는 시점부터 통상 개인·기업 부실차주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고, 내년에도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되면 은행들의 실적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며 "은행 수익성 지표를 유지하기 위해선 당국이 LCR 규제 강화를 유예해주는 것에서 한발짝 더 나가 LCR 규제를 완화해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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