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운영 골프장 '공짜 노동' 여전…노조 가입률 '10%'
상록CC 캐디 노동자 사측과 합의
공공기관 산하 다른 골프장 근무 여건 열악
"노조 가입률 저조해 성 피해에도 속수무책"
[아시아경제 이서희 기자] 무임금 노동 철폐와 캐디피 인상을 요구하며 4차례 파업을 벌인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CC분회가 최근 사측과 합의하며 분쟁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공공기관 산하의 다른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들의 근무 여건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공기관 산하의 대다수 골프장이 노조에 가입돼있지 않아 캐디 노동자들이 ‘노동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토’ ‘당번제’ 등 무임금 노동 여전해
캐디 근무환경 개선안을 놓고 줄다리기하던 전국여성노조 상록CC분회와 상록골프앤리조트가 지난달 28일 협상에 최종 합의했다. 협약에 따라 천안·화성·김해 상록CC 캐디 노동자들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지던 당번제를 폐지하고 배토 작업은 성수기 주 1회, 비수기 주 2회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캐디피도 천안·김해 상록CC 14만원, 화성 상록CC 15만원으로 소폭 인상됐다.
문제는 상록CC를 제외한 나머지 공공기관 산하 골프장의 근무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이다. 올해 천안·화성·김해 상록CC 캐디 노동자들이 사측에 철폐해달라고 요구한 ‘배토’와 ‘당번제’ 역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 캐디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배토와 당번제는 담당자가 따로 없어 그동안 캐디 노동자들의 ‘공짜 노동’으로 이뤄져 왔다. 배토란 골퍼가 샷을 할 때 파인 잔디 부분을 모래와 비료 등을 섞어 메꾸는 작업을 말한다. 당번제는 대기실 청소와 심부름 등의 잡무를 하기 위해 근무가 없는 날에도 하루 동안 경기장을 지키는 일을 말한다. 배토는 작업 한 번에 약 한 시간, 당번제는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일한 캐디 노동자들은 상록CC를 제외한 다른 골프장의 경우, 여전히 ‘공짜 노동’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20년간 캐디로 일한 이주형 전국여성노조 분회장은 “상록CC를 제외한 나머지 골프장의 캐디들은 여전히 무거운 모래를 들고 배토 작업을 하고, 당번을 서고 있다”면서 “상록CC는 노동 여건으로 보면 업계에서 최상위 골프장으로 꼽힌다. 나머지 골프장들의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산하 노조 사업장 ‘10%’…성 피해 대응 어려워
저조한 캐디 노조 가입률이 근무 환경 개선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골프장(군 골프장 제외) 30곳 가운데 노조에 가입된 사업장은 상록CC, 드림듄스CC, 88골프장 3곳으로 전체 10%에 불과했다. 올해 7월 1일부터 캐디를 포함한 5개 직종(정보통신 소프트웨어 기술자·어린이 통학버스 기사·관광통역안내사·화물차주·캐디) 특수고용 노동자도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며 사회적 인식이 변화했지만, 캐디들의 노조 가입 비율은 여전히 저조한 셈이다.
특히 성희롱·성추행 등 성 관련 피해의 경우 노동자의 단독 대응이 어려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캐디들이 피해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고객과 계속해서 대면해야 하는 캐디의 업무 특성상, 대다수 캐디가 지금껏 성희롱과 성추행 등의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감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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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전국여성노조 조직국장은 "사측이 캐디가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악용해 노조 결성 시 쉽게 해고하기도 한다. 이런 점이 캐디의 노조 결성률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라면서 "현장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등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피해 중 하나인데, 노조가 없는 캐디의 경우 피해 사실을 마땅히 말할 곳이 없어 더욱 나서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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