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국회" vs "공포정치"…정쟁 휘말린 '세법 전쟁'
내년 예산안 법정시한 넘겨
올해 정기국회 처리도 실패
금투세, 내년 1월1일 시행 안갯속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금을 어떻게 내고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월급에서 원천징수 되기 때문에 세금을 내고 있는지조차도 가끔은 잊을 수 있지만, 월급을 받을 때도 물건을 살 때도 대부분 세금을 냅니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은 곧 세입으로 정부 예산의 기초가 됩니다.
세금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국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함께 '예산부수법안' 심사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년에 한 번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시기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 예산부수법안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내년에 내야 할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소득세 중 하나인 '금융투자소득세'가 대표적입니다. 금투세는 이미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금투세 2년 유예를,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 1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이들 법안은 어떻게 됐을까요? 법적으로는 이미 결론이 났어야 합니다. 국회선진화법(제85조)에 따라 예산부수법안 심사는 11월30일까지 마쳤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는 아직 논의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법안을 논의해야 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늑장 출범한데 이어 여야간 이견으로 회의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재위 조세소위는 출범부터 난항이었습니다. 여러 법은 각자 배분되는 상임위가 있고 세금 관련 법안인 세법은 기재위 내에서도 조세소위에서 담당합니다. 소위 구성은 기재위 여야 간사 간 합의로 진행되는데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간사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소위 구성 초반부터 마찰을 빚었습니다.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장, 당연히 여당이 맡는 것. 16대 이후 여당이 맡아" (류성걸 간사)
"예결산소위원장, 저희에게 주는 걸로 생각했는데 뜻밖. 여당답게 포용해야" (신동근 간사)
결국 기재위는 청원심사소위원회를 하나 더 만들어 두 개씩 소위를 나누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지난달 16일 후반기 국회 들어 가장 늦게 소위를 구성했습니다.
드디어 예산부수법안 심사가 시작되나 했더니 이번에는 정기국회 회기이기 때문에 다른 법안 심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야당으로부터 제기됐습니다. 민주당은 '사회적경제 기본법' 외에도 의원들이 논의하고 싶어 하는 법안들을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일주일간 여야 간 샅바 싸움 끝에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예산안 심사 후 추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하고 다른 법안들은 이달 1일 전체회의에서 상정됐습니다.
막상 조세소위가 본격 진행되면서부터는 마음이 급해졌나 봅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통과 시한인 11월 30일이 되자 소위는 법안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일부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여야 이견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졸속 심사를 한 것입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중 일몰 조항이 반영된 법안입니다.
신동근 조세소위원회 야당 간사와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8일 국회 조세소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조세소위에서 1회 독(讀)도 못했고 양당 합의로 조특법 45개 정도를 아예 하나로 묶어서 해치우듯 이견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의원은 "국가가 어떤 목적에 (세금을) 사용할 것인지 심사하기 위해 조세소위가 존재하는 것인데 개별적인 법안 하나하나를 심의하지 않고 통으로 해치우는 것은 국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조세소위는 100억, 1000억, 조 단위로 마구 기업에 퍼주고 있다. 이렇게 법률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대충 넘기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 솔직히 기재위 차원의 책임이나 사과가 필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법정 시한을 놓친 탓에 공식적으로 상임위 법안 심사권이 없어졌습니다. 11월 30일 다음 날, 본회의에 자동부의 된다는 국회법에 따라 법안은 넘어갔고, 여야간 합의 실패로 법정 시한(12월2일)을 넘겼습니다.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9일까지도 여야는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쟁점에는 합의했지만, 금투세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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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올해 마지막까지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데는 여소야대의 정치 구조에서 정권교체 이후 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이뤄지면서 양당이 벼랑끝 전술을 펴고있기 때문입니다. 통상 협상은 '주고 받기'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좁혀오는 검찰 수사는 주고받기 대상이 아닌 만큼 극단적인 대치로 이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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