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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현식 목소리 살린 이 스타트업 "위기 땐 하나에 집중"

최종수정 2022.12.06 06:00 기사입력 2022.12.06 06:00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 인터뷰
위기에 맞선 전략은 '강력한 선택과 집중'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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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방송된 ‘히든싱어7’, 故 김현식의 음악들로 채워진 이 프로그램에서 도전자들과 김현식이 전설적인 명곡을 한 소절씩 부른다. 1980년대 주로 활동한 김현식의 음원엔 반주 음악과 목소리가 따로 된 파일이 없지만, 인공지능(AI) 기술로 그의 목소리만을 분리해내면서 가능해진 무대다. 이 음원분리 기술을 제공한 곳은 스타트업 가우디오랩, 이 회사의 기술은 이미 네이버, 벅스, 플로 등 실감 나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곳곳에 적용돼 있다.


지금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우디오랩이지만,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투자금을 다 쓰고 문을 닫을 뻔한 상황까지 갔다. 가우디오랩의 위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지금 스타트업들이 불어닥친 한파를 뚫고 나가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단초를 제시한다. 올레길을 따라 닿은 ‘애월’에서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오 대표는 "가우디오랩의 핵심 기술은 헤드폰을 통한 공간음향 기술"이라며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도 실제 공연장에 있는 것과 같은 입체적인 음향과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에 앉아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어도 BTS 공연장에 있는 실감을 주고, 멀리 떨어진 가족과 화상통화를 할 때도 같은 공간에서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가우디오랩 사무실엔 이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소리 실험실이 있다. 이름은 ‘비자림’, 제주도 구좌읍의 그 비자나무 숲 이름을 따왔다. 가우디오랩이 제주도를 테마로 사무실을 꾸미면서 직원들의 휴게 공간은 ‘우도’, 회의실은 ‘애월’이라고 부른다. 여기엔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 오 대표의 로망과 10년 안에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뛰겠다는 가우디오랩의 비전이 담겨 있다.


하지만 가우디오랩이 세계 시장에 나서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앞서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2015년 가우디오랩을 창업한 오 대표는 VR(가상현실) 시장을 목표로 미국으로 건너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디즈니가 VR 콘텐츠를 만들 때 오디오 포맷으로 가우디오랩의 기술을 쓴다면 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장밋빛으로 보이던 시장은 2017년 이후 반전됐다. 당시 페이스북의 VR 기기 ‘오큘러스’가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부터다. 진행되던 모든 프로젝트가 보류됐다. 말 그대로 겨울이 닥쳤고 시장은 얼어붙었다.

이 위기에서 오 대표는 VR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을 겨냥한 사업으로 전환했다. 그는 "VR에 집중하다 바꾸려고 할 때 성공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투자사 중 한 곳에서 변화를 가져갈 땐 과감하게 극단적으로 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했다. 이후 오 대표는 회사에서 VR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했다. 회사 구성원을 한 팀으로, 대표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구조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때의 판단으로 가우디오랩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한 차례 위기를 극복한 가우디오랩의 ‘혹한기’ 전략은 간명하다. 강력한 선택과 집중이다. 오 대표는 "내년이 되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아닌, 이 겨울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대전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단 하나에 집중해 리소스 로스를 최소화하면서 겨울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가우디오랩이 내년에 집중할 그 단 하나는 AI 기술이다. 이를 통해 VR 도전 이후 접었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다시 나선다. 메타버스 환경을 현실감 있게 만들기 위해 실시간으로 오디오를 생성하고 이를 실감 나게 재생하는 기술이 여기 해당한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은 가우디오랩이 다시 세계로 나서는 첫 무대다. 오 대표는 "가우디오랩의 기술이 CES 2023 혁신상을 받았다"며 "2023년은 가우디오랩이 다시 글로벌 시장에 나서는 상징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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