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진당 참패에 中 환영…머쓱해진 美

코로나 대응 실패, 논문 표절 등 공정성, 중국 전쟁 위협이 표심에 작용
中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입김 우려 속 美 국민당 속내 파악에 나설 듯

[아시아경제 조영신 선임기자]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은 미국에 의존해 독립을 꾀하는 활동을 강화한 결과, 대만섬을 전쟁 위기로 몰아넣었다. 양안 통일의 흐름은 걷잡을 수 없으며, 흐름을 거스르는 자는 시대의 흐름에 묻힐 수밖에 없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지난 26일 치러진 대만 지방 선거에서 민진당이 대패하자 이 같은 내용의 사설을 28일 실었다. 중국은 대만 독립을 기치로 내건 민진당의 선거 패배를 대놓고 반기는 분위기다. 환구시보는 민진당이 내건 '항중보대(抗中保臺ㆍ중국 본토에 대항해 대만을 지키자)' 카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면서 이번 선거는 상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21개 대만 현ㆍ시에서 치러진 단체장 선거에서 민진당은 타이난과 가오슝 등 5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야당인 국민당은 수도 타이베이와 신베이, 타이중 등 13곳(민중당 1곳,무소속 2곳)을 석권했다.

대만 연합보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1986년 9월 민진당 창당 이후 지방선거 최대 패배"라고 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이번 선거 결과, 대만 독립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만 독립을 지원,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도 머쓱하게 됐다. 2024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따라 활화산 대만이 휴화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진당의 참패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따른 정신적 피로감과 민진당 차세대 지도자 린즈젠 신주 시장의 논문 표절에 따른 공정성 시비,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후 중국의 노골적인 전쟁 위협 등이 꼽힌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당이 재집권할 경우 독립 추진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당은 급진적인 통일보다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다 상황이 되면 통일을 해야 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중국)과 워싱턴(미국)은 이번 선거 결과가 양안 문제에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2024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국민당의 의중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일각에선 중국이 민진당의 정치 후원금 차단 등 다양한 방식으로 2024년 총통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영신 선임기자 asch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