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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불법투약·사체유기 의사에 면허 재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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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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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개전(改悛)의 정(情). 반성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이 법률용어가 '불법투약·사체유기' 혐의로 실형을 산 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다시 줄 수 있는지 다투는 소송에서 주요 쟁점이 됐다.


A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 원장이었다. 2012년 7월30일 저녁 오후 7시께 동료 의사들과 술을 마시다가 4시간 뒤쯤 지인 B씨로부터 '잠을 편하게 푹 잘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향정신성의약품 미다졸람 등 13개 약물을 섞어 투약했다. B씨는 약 2시간 만에 약물 부작용 등 영향으로 호흡이 멈춰 사망했다. A씨는 B씨의 시신을 차에 실은 뒤, 한 공원 주차장에 주차하고 떠났다.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사체유기 등 혐의로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사 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복역을 마치고 의사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 3년이 지난 2017년 재교부를 신청했지만, 2020년 3월 복지부는 '거부' 처분을 했다. A씨는 "면허 재교부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봤다. 비록 중대한 잘못을 했지만, 오랜 기간 참회한 만큼 의료 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오히려 의료법의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의료인 동기들과 수많은 지인들이 'A씨의 긴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지켜봤다'며 여생을 위한 복직을 탄원하고 있다"며 "원고는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씨가 의료기기 판매업,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고, 출소 후 매주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무료급식 자원봉사활동을 한 점도 고려했다. 민·형사 재판 과정에선 유족들에게 합계 2억8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가 처분서에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반영해 의료법에 따라 면허 재교부가 불승인 결정됐다'는 내용만 기재하고, 구체적인 사유 등은 밝히지 않았다"며 절차적 위법성도 함께 지적했다.


2심에선 결과가 뒤집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1부(부장판사 권기훈 한규현 김재호)는 지난 23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A씨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개전의 정이 뚜렷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죄질이 무거운 원고의 범행은 치료과정에서 과실로 야기된 일반적 의료사고와는 그 본질을 달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범행 경중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의료법 목적에도 부합한다"며 "2020년 2월 복지부 보건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서 참석위원 6명 중 5명이 (A씨의 신청과 관련) 불승인 의견을 냈고, 이를 기초로 한 피고의 판단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의 중대성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이 사건 처분에 반영돼선 안 된다'는 A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법은 의사면허의 취소 요건과 재교부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사체유기죄가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재교부 요건과 관련한 여러 사정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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