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같은 시대 다른 세상? … 노마스크 월드컵에 착잡한 중국인들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예선 탈락한 중국도 카타르 월드컵에 큰 관심 보여
공인구·기념품 등 제작부터 경기장 건설까지 中 기업 다수 참여
온라인상에선 노마스크 월드컵에 부러움과 분노 공존해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축구 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으로 열린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TASS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축구 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으로 열린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TASS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중국이 본선 진출국 못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스크 없이 대회를 즐기는 세계 축구 팬들의 모습에 부러움을 표하는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당국의 고강도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비판하며 같은 시대인데도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단 1승만 거두는 부진 속에 본선행 티켓을 따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대표팀은 최약체로 불리던 베트남에게 완패하면서 자국 축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번 월드컵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의 지하철역과 도로는 물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월드컵을 활용한 광고물을 게재했고, 주요 관영 매체들도 월드컵 소식을 주요 기사로 전하고 있다.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카타르로 떠나는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1일 기준 중국에서 카타르로 가는 항공편 예약률은 지난해와 비교해 28배 이상 증가했다. 월드컵 티켓을 구매한 중국인도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이번 월드컵에 숨겨진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거론된다. 중신망에 따르면 제조업 기반이 없는 카타르에 다수의 중국 기업이 월드컵 관련 각종 자재를 조달하고 인프라 건설에도 참여했다.

공인구·호루라기·기념품·참가국 국기 등 이번 월드컵에 사용되는 잡화의 약 70%가 중국 저장성 이우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월드컵 주경기장인 루사일 스타디움도 중국 기업이 지었다. 8만여 관중을 수용하는 루사일 스타디움은 이번 월드컵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8개 경기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2대1로 꺾는 이변을 보여준 곳이기도 하다. 중국 철도건설은 2016년 11월 이 경기장의 건설사로 낙찰받은 바 있다. 또 다른 경기장인 974 스타디움과 기타 사회기반시설 건설에도 중국 기업들이 협력사로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국제공항에서 한국 축구팬들이 태극기를 펼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국제공항에서 한국 축구팬들이 태극기를 펼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중국 현지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월드컵을 즐기는 세계 축구 팬들의 모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해 관중들이 마스크 없이 대회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중국의 상황과 대조된다. 최근 중국은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방역의 고삐를 다시 조이고 있다. 23일 중국 방역당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중국의 누적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28만여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제조 허브로 불리는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중국 방역당국은 코로나19가 3년 만에 가장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이라고 진단할 정도다. 중국 국가질병통제국 2급 순시원 후샹은 최근 방역상황 브리핑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확산 범위가 넓은 데다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파력과 복잡한 감염 경로, 방역 인력과 자원의 부족으로 예방과 통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지역은 이미 봉쇄식 방역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랴오닝성 선양의 코로나19 방역통제센터는 오는 28일까지 도심 9개 구에 대해 불필요한 인구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통제 관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모든 주민은 매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법규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극장·헬스장·목욕탕·노래방 등 실내 영업시설과 야간 노점시장·문화관 등 실내 공공시설은 전면 폐쇄됐다. 회의나 모임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도 금지됐다.


15일 중국 베이징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중국 베이징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방역이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강화되자 중국 누리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노마스크로 선수들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연일 전파를 타자 중국인들은 부러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당국의 엄격한 방역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어떤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월드컵 경기를 직접 보고, 어떤 사람은 한달 동안 집에 갇혀 문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누가 내 인생을 훔쳐갔나? 나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산시성에 거주한다는 다른 누리꾼은 "월드컵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해외의 실제 상황을 보여줬다"며 당국에 실망감을 표했다.


한 누리꾼은 위챗에서 "세계의 다른 지역에선 코로나 대유행 이전처럼 월드컵을 한껏 즐기고 있는데 중국은 왜 이렇게 통제하고 압박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는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PCR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들이 중국인과 같은 행성에 사는 게 맞느냐"고 직격했다. 이 글은 10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급속하게 퍼졌으나, 곧바로 삭제됐다. 위챗이 '관련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해당 글의 계정을 아예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위챗의 판단이 아닌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건강보험 의료수가 인상분 반영 '약값 상승' [힙플힙템] 입지 않고 메는 ‘패딩백’…11만개 판 그녀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 굳건한 1위 뉴진스…유튜브 주간차트 정상

    #국내이슈

  • 마라도나 '신의손'이 만든 월드컵 트로피 경매에 나와…수십억에 팔릴 듯 100m트랙이 런웨이도 아닌데…화장·옷 때문에 난리난 중국 국대女 "제발 공짜로 가져가라" 호소에도 25년째 빈 별장…주인 누구길래

    #해외이슈

  • [포토] 꽃처럼 찬란한 어르신 '감사해孝' 1000개 메시지 모아…뉴욕 맨해튼에 거대 한글벽 세운다 [포토] '다시 일상으로'

    #포토PICK

  • 3년만에 새단장…GV70 부분변경 출시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CAR라이프

  • 앞 유리에 '찰싹' 강제 제거 불가능한 불법주차 단속장치 도입될까 [뉴스속 용어]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