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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증권가, 임기 만료 앞둔 CEO 거취…'변화' 보다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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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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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다수의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변화' 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를 통해 연임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참담한 수준의 실적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증권가의 흉흉한 분위기가 오히려 교체에 따른 불안보다는 연임을 통한 안정적인 위험(리스크) 관리 경영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8곳 가운데 14곳의 CEO 16명이 올해 연말 또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거 교체'로 보는 시선은 거의 없다. 증시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CEO 경영 능력에 따른 게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국내 증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CEO 교체를 통해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경영 경험치가 있는 이들의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여 연임이 많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더불어 올해 실적 부진은 시장에 따른 것으로 각 사 CEO의 경영 능력에 좌우된 게 아니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귀띔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최현만·이만열 대표에 대한 업계 시선은 연임에 무게를 뒀다. 경험치가 많아 리스크 관리에 오히려 최적이라는 게 연임 가능성을 높인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인사에 큰 변화를 두지 않겠다고 발언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투자증권의 정일문 대표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취임 후 3년 연속 최대 순이익 경신한 성과 등은 교체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보게 한다. 다만 전산관리 미흡과 공매도 규정 위반 등으로 대외 이미지가 하락한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 5연임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기업공개(IPO) 주관 거래를 따지 못해 투자금융 명가의 경쟁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이석기 교보증권, 이창근 다올투자증권,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최병철 현대차증권, 김병영 BNK투자증권, 고원종 DB금융투자증권, 김신 SK증권 대표 등의 임기도 만료된다.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는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현재 연장 중이다.

이영창 신한투자증권과 업계 최연소 CEO인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영창 대표는 2020년 김병철 전 대표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사퇴한 후 투입된 인물이다. 당시 내부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호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 1년 중임에 성공했다. 리테일 부문 고수익화를 위해 자산관리(WM) 역량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투자금융(IB), 자기자본투자(PI) 여력 증대 일환으로 사옥까지 매각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은형 대표는 올해 악조건 속에서도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인물로도 꼽힌다. 첫 임기임에 2021년 당기순이익 5066억원으로 실적을 1년 전보다 23.3% 성장시켰다. 올해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6% 증가한 1538억원, 당기순이익이 9.3% 증가한 1418억원을 기록하는 등 개선된 실적을 이끌어냈다.


올해 4월 키움증권을 국내 9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끌어 올린 황현순 대표의 연임 가능성도 크다. 키움증권의 비전인 초대형 IB 도약을 위해 IB 전문가인 황 대표를 당장 교체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중징계를 받았다는 점이 변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9일 손태승 회장에게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우리은행이 라임펀드를 팔 때 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도 불완전판매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에 사모펀드 판매로 증권사들 역시 제재를 받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모펀드 제재에서 자유롭지 않은 증권사 CEO들 역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올해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라임펀드 판매로 KB증권 박정림 사장과 대신증권 오너가 3세인 양홍석 부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 통보를 받았고, 또 1조원대 피해가 발생한 옵티머스펀드 판매로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에게도 같은 통보가 이뤄졌다. 박 사장 임기는 올해 말, 정 사장 임기는 내후년 3월까지다.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는 중징계로, 금융사 취업이 3~5년 동안 제한된다. 다만 아직 제재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KB증권의 경우 KB금융 계열사 대표 임기가 통상 4년(2+1+1)이라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KB금융지주의 계열사 한 곳의 대표이사로 임기를 5년 이상 보낸 전례가 없다. 이미 김성현 대표와 박정림 대표는 최초 임기 2년, 추가 1년의 임기를 두 번 보내 4년째 재임 중이다. 관례대로라면 두 대표 모두 연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 IPO 대표 주관 자격을 따내 유가증권 시장 역사상 최대 흥행을 일으켰다는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의 가능성도 있다. 박 대표는 KB증권을 떠나 금융지주 내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연기 이슈로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만큼 연말 CEO 인사 잣대는 실적보다 당면한 과제 해결력에 달렸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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