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아 교수 '노조법 개정안 위헌성 여부 보고서'
"폭력파괴 행위 노조 면책 장치…법치 근간 훼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 및 노동기본법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 및 노동기본법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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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야당이 합법적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발의하자 재계는 "폭력파괴행위 면책조항을 담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연구 의뢰한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다양한 노조법 개정안들은 사용자의 재산권, 평등권을 침해하고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0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합법적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포함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노총 간담회에서 쟁의행위 관련 노조법 3조에 관해 "'합법 파업 보장권' 또는 '손배 가압류 불법 남용 방지법'으로 이름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평등·자유·재산권 침해…위헌 소지"
野 '노조법 개정' 추진에…전경련 "폭력·파괴행위 합리화…위헌소지" 원본보기 아이콘

노조법 개정안에서 위법 쟁의행위 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 '직업(영업활동)의 자유', '재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불법행위 면책 특권'을 노조에게만 부여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법 개정안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근로자에게만 특혜를 준다. 그에 따른 사용자의 불이익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약자 보호'란 법 취지와 다르게 특혜 대상이 노조에만 한정돼 있어 시민단체나 보호가 필요한 다른 집단들과의 평등권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 손배 제한으로 파업이 빈발하면 결국 사업자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배청구·가압류 신청 제한, 신원보증인 면책 등 조항들은 사용자가 손해를 보전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손배청구권을 행사해 재산을 보호할 권리를 제한해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 보고서는 "손해배상액 상한 신설과 감면 청구 등도 사용자가 그만큼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므로 재산권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이 된다"고 설명했다.


"노조 폭력·파괴행위 면책…법치훼손 우려"
野 '노조법 개정' 추진에…전경련 "폭력·파괴행위 합리화…위헌소지" 원본보기 아이콘

보고서는 "폭력·파괴행위에 대해서도 노조의 책임 상한과 노조원 개인의 면책을 포함하는 것은 법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력·파괴행위가 수반된 쟁의활동을 법으로 인정하면 노조의 투쟁적, 비타협적 활동이 늘어 사회 각 분야에 불법과 폭력이 퍼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노조법 개정안의 입법적 정당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법 개정안은 폭력·파괴행위의 경우에만 손배청구를 허용한다. 노조에 의해 쟁의행위가 계획된 경우 개인에 대한 손배청구는 금지한다. 폭력 파괴행위로 인해 노조에 손배청구를 할 때도,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될 땐 청구를 금한다.


보고서는 "불법을 합법화하는 것, 즉 정당하지 않은 내용을 입법화하는 것은 위헌으로 판단돼야 한다"며 "법치의 출발점이 불법과 폭력을 막기 위한 것인데, 폭력의 정당화는 그 자체로서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사용자·노동쟁의 범위 확대, 내용 모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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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개념 확대 및 노동쟁의 범위 확대와 관련해 보고서는 "내용이 모호하고 현행 노동법 체계와 맞지 않아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법의 합법화'는 주요국에서도 입법사례가 없고, 개정시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입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노동법 체계는 직접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을 전제로 한다.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하청 근로자도 교섭대상자로 인정할 경우 기존 법 체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원청이 수많은 하청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경우 교섭 창구 단일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원청 사용자는 모든 하청업체와 교섭 의무가 있는지,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협상이 파견법 위반은 아닌지 등이 기존 법체계와 어긋난다. 실무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英·佛 등 주요국, '불법의 합법화' 사례 없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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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폭력·파괴행위에 대한 책임감면은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영국의 경우 단순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손배 상한액을 정하고 있어 한국 노조법 개정안에서 주장하는 내용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불법 쟁의행위를 한 노조에 대해 손배 상한이 적용되지만 상한액은 개별 불법행위마다 별도 적용된다. 복수의 불법행위시 손배가 합산되고, 노조원 개인은 손배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폭력·파괴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법 규정에서도 노조 및 노조원을 보호하지 않는다. 한국의 노조법 개정안은 일반적인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노조와 노조원 모두 손해배상 책임을 면책해준다. 노조원 개인의 폭력 및 노조의 시설 파괴 등의 행위에만 손해배상 상한을 두도록 한다.


프랑스에선 노조 손배 책임 제한이 입법화돼 있지만, 손배 제한의 경우 1982년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배상권을 부정해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제2의 부동산 임대차 3법' 우려…"개정 포기하는 게 바람직"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3월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사거리에서 임대차3법 폐지,축소 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3월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사거리에서 임대차3법 폐지,축소 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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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노조법 개정을 밀어붙일 경우 자칫 '부동산 임대차 3법'처럼 풍선효과 때문에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대차 3법의 경우 임차인의 보호를 위해 임대인에게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도록 해 다수의 임대인들이 임대차계약 연장을 포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전세대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노조법 개정안도 이처럼 입법 취지와 달리 빈번한 노사갈등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을 위축시켜 투자 축소, 공장의 외국 이전 등의 문제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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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교수는 "헌법이 규정하는 근로삼권의 기본정신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돼 있다"며 "노사 간의 사회적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와 규범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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